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8강을 목표로 하는 홍명보호(號)가 28일 국내서 열린 마지막 리허설에서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선보이며 튀니지에 0-1로 패했다. 홍 감독은 경기 후 “선수들이 고된 체력 훈련으로 인해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었다”고 말했지만 러시아와의 첫 경기(6월18일)가 3주 정도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수비수 간 호흡과 조커 등 플랜 B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중앙 수비와 측면 수비수들의 엇박자
대표팀이 그 동안 꾸준히 지적 받았던 것 중 하나가 중앙 수비수인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 김영권(광저우 헝다)과 측면 수비수 사이에 호흡이 잘 맞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대표팀은 지난 1월 미국 전지훈련에서 가진 평가전에서도 계속해서 측면 수비에 취약점을 보였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29일 “현재 선수들의 몸 상태를 고려하더라도 중앙 수비수들과 측면 수비수 간 커버 플레이 문제는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3월 그리스와의 평가전에서도 결과적으로는 2-0 승리를 거뒀지만 오른쪽 풀백 이용과 중앙 수비와의 호흡이 계속 어긋나면서 상대에 완벽한 찬스를 수 차례 내줬다.
박문성 SBS 해설위원은 “수비수들의 공간 간격 유지가 가장 중요한데 자꾸 한 박자씩 늦는 느낌이다”고 했다. 윤석영과 이용이 좌우 풀백으로 선발 출전한 튀니지전도 마찬가지였다. 박위원은 “포백 앞에 있는 2명의 미드필더(기성용, 한국영)가 수비에 가담하더라도 측면까지 다 책임질 순 없다. 콜 플레이를 확실히 한다거나 사전에 약속된 역할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확실한 플랜 B를 찾아라
대표팀은 이날 김진수(니가타)의 부상으로 대체 발탁된 박주호(마인츠)가 있는 왼쪽 측면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주전 라인업이 확정된 상태다. 가장 큰 문제는 주전이 아닌 그 외 선수들이 교체 투입됐을 때 과연 경기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지다. 홍 감독은 튀니지전에서 후반 김신욱(울산), 김보경(카디프시티), 지동원(도르트문트) 등을 차례로 교체 투입했지만 이들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한 위원은 “과연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을 때 새로운 선수를 넣어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 수 있는지 냉정하게 판단해 봐야 한다”고 했다. 현재 주전 공격수 박주영(아스널)의 백업은 김신욱이다. 김신욱이 투입됐을 경우 공중볼 등 확실한 공격 루트가 필요하지만 튀니지전에선 전혀 그런 모습이 나오지 않았다. 리그에서 선발 출전만 했던 김신욱이 과연 후반 막판 그라운드를 밟았을 때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도 물음표가 붙는다. 2선 공격수 자원인 이근호(상주)나 김보경도 마찬가지다. 한 위원은 “플랜 B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흐름을 바꿀 수 있는 확실한 조커 카드다. 이 부분은 마지막 순간까지 반드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트 피스 정확도 높이기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한국은 6골 중 4골을 세트피스 상황에서 성공시켰다. 당시 대표팀에는 ‘골 넣는 수비수’ 이정수(알사드)가 위력을 발휘했다.
대표팀이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부분은 볼이 정지된 상황에서 필승 패턴을 완성시키는 것이지만 여전히 아쉬움이 크다. 튀니지가 190㎝ 이상의 장신 수비수 3명을 배치하자 대표팀은 약속된 플레이를 전혀 하지 못했다. 송종국 MBC 해설위원은 “장신 수비가 있을 경우 땅볼 크로스 등 다른 대안을 마련했어야 하는데 순간적인 대처 능력이 아쉽다”고 꼬집었다. 한 위원은 “본선에서 맞붙을 러시아나 벨기에 수비수들은 튀니지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하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것에 대비해 한방에 상대 수비를 부술 수 있는 루트 개발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구자철(마인츠)은 “지금 모습이 우리의 전부가 아니다. 남은 기간 동안 부족한 부분을 채워 본선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재상기자 alexei@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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