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승5패. 양상문 감독 부임 이후만 놓고 보면 LG는 삼성(12승1무1패), 두산(8승3패)에 이어 NC와 공동 3위다. 두 차례의 위닝시리즈(3연전 2승 이상)를 기록했고, 시즌 첫 연승도 있었다. 삼성의 막강 불펜을 상대로 9회 역전승을 거두는 끈끈함도 보였다.
김기태 감독이 ‘형님 리더십’으로 선수들과 교감했다면 양 감독은 직접 스킨십은 없어도 선수에게 믿고 맡기는 스타일이다. 어찌 보면 취임 일성으로 밝힌 ‘독한 야구’의 일환일 수도 있고, 아니면 그 반대일 수도 있다.
LG 주장 이진영(34)은 28일 잠실 삼성전을 앞두고 전날 경기를 떠올렸다. 27일 경기에서 LG는 3-4로 뒤진 9회말 삼성 마무리 임창용을 공략해 4-4 동점을 만들고 계속해서 무사 1ㆍ3루의 끝내기 찬스를 잡았다. 6번 정의윤 타석이 됐을 때 대부분 야구 관계자들과 팬은 이날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던 이진영을 떠올렸다. 설명이 필요 없는 최상의 대타 카드였다.
그러나 양 감독은 요지부동이었고, 결국 정의윤은 우전 적시타로 믿음에 화답했다. 이진영은 “감독님 스타일을 알기에 대타로 나갈 준비도 하지 않았다”면서 “그게 맞는 것 같다. 대타로 나가서 성공할 확률보다는 이미 뛰고 있는 선수가 감각 면에서 낫다”고 말했다.
양 감독은 최근“우리 팀의 4번 타자는 정성훈 또는 정의윤”이라고 못 박았다. 공 들이고 있는 타자를 결정적인 순간 대타로 교체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28일 경기에서 봉중근을 조기에 투입한 것도 역시 마무리 투수에 대한 ‘믿음’때문이었다.
양 감독 부임 전이던 5월11일까지 LG는 34경기에서 10승23패(0.303)로 최악의 상황이었다. 이 때까지 팀 평균자책점은 5.11에 달했고, 경기당 실점은 5.8점이나 됐다. 양 감독은 구단과 팬들이 자신에게 거는 기대대로 마운드 재정비를 서둘러 13일 경기부터 10경기 동안 평균자책점을 4.97, 경기당 실점을 5.1점으로 낮췄다.
타격 기록도 대부분 향상됐다. 팀 타율은 2할7푼5리에서 2할8푼2리로 높아졌고, 평균 득점도 4.65점에서 5.9점으로 올랐다.
양 감독은 5할 승률이 될 때까지 홈런 치고 들어오는 선수를 환영해주지 않겠다고 이색적인 공약을 한 바 있다. 세리머니는 고사하고 경기 내내 더그아웃에서 표정 변화조차 없다. 한 야구인은 “양 감독이 말한 독한 야구는 선수들에게 전하는 메시지였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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