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관예우 논란’에 휩싸였던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가 내정 6일만인 28일 후보직을 전격 사퇴했다. ‘세월호 정국’을 수습하기 위한 강력한 인적 쇄신 카드였던 안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 문턱도 못 가보고 낙마함에 따라 청와대의 정국 수습책도 치명타를 맞게 됐다. 특히 안 후보자 낙마의 결정타가 된 고액 수임료가 전관예우 논란을 빚을 게 뻔 한데도 청와대가 사전에 검증을 하지 않았거나 눈 감았던 것이어서 청와대 책임론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안 후보자는 이날 오후 5시쯤 서울정부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된 이후 전관예우를 비롯한 여러 가지 오해로 인해 국민 여러분을 실망시켜 죄송하다”며 총리 후보직 사의를 표명했다.
안 후보자는 “전관예우를 받을 생각도 하지 않았고, 전관예우라는 오해와 비난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행동 하나하나 조심했다”며 “하지만 여러모로 부족한 제가 더 이상 국무총리 후보로 남아있는 것은 현 정부에 부담이 될 뿐만 아니라, 저의 버팀목과 보이지 않는 힘이 돼준 가족들과 저를 믿고 사건을 의뢰한 의뢰인이 더 이상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제게는 버겁다”고 사퇴 배경을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저를 믿고 지명한 대통령께도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안 후보자가 언론 발표 직전에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에 사의를 통보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안 후보자는 대검 중수부장 등을 거쳐 대법관에 오르는 동안의 성역 없는 수사와 청렴한 생활로 인해 ‘소신형 총리’로 기대를 모았으나, 지난해 7월 변호사 개업으로 월 3억원에 가까운 고수익을 올린 것이 확인되면서 ‘전관예우’ 논란에 휩싸였다.
안 후보자는 총리 내정 후 세월호 정국의 화두로 떠오른 관피아 등 공직 적폐 척결을 전면에 내세웠으나 정작 자신이 법조계 퇴직 공직자의 대표적 적폐 관행인 전관예우 논란에 부딪힌 것이 사퇴의 결정적 사유가 됐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은 청와대가 사전에 안 후보자의 전관예우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은 데서 비롯된 측면이 커 세월호 정국에서 초점이 되고 있는 청와대 책임론이 더 확산될 전망이다. 전관예우 논란의 핵심인 안 후보자의 지난해 5개월간의 변호사 수임료 16억원은 국세청의 부가가치세 납부실적만 들여다 봐도 곧장 알 수 있는 사항인데, 청와대 책임자들이 이를 위법 사항이 아니면 문제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고위 공직자 검증에 책임을 진 청와대 인사위원회 위원장인 김기춘 비서실장과 홍경식 민정수석 모두 검사 출신으로서, 관피아 척결을 국정과제로 내세우면서도 정작 법조계의 ‘법피아’에 대해서는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었음을 방증하는 셈이다.
가뜩이나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으로 내각과 청와대 비서진 전체가 쇄신 대상에 오른 상황에서 유임 논란이 끊이지 않는 김기춘 비서실장에 대한 야권 공세가 더 거세지게 됐다. 특히 정부나 청와대 요직이 법조계 인사들 일색인 탓에 내부 견제조차 없었던 것으로 분석돼 ‘인적 다양성’을 위한 쇄신 요구도 더 커질 전망이다.
국무총리 후보자의 사퇴는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두 번째다. 정부 조각 당시 김용준 전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총리 내정 닷새 만에 사퇴해 격심한 인사파동을 겪은 데 이어 세월호 정국 수습을 위해 2기 내각이 막 시동을 건 시점에서 또 총리 후보자가 낙마해 박 대통령의 인적 쇄신 작업도 극도의 혼란을 겪게 됐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