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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ㆍ죽음이란 주제에 천착... 로베르토 볼라뇨 소설 국내 완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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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ㆍ죽음이란 주제에 천착... 로베르토 볼라뇨 소설 국내 완간

입력
2014.05.28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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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토 볼라뇨 작품 국내 완간/컬렉션 박스 /2014-05-28(한국일보)
로베르토 볼라뇨 작품 국내 완간/컬렉션 박스 /2014-05-28(한국일보)

가르시아 마르케스 이후 라틴아메리카 최고 작가

12종 17권 세트로 시ㆍ비문학은 제외

2003년 작고한 칠레 작가 로베르토 볼라뇨의 소설이 국내 완간됐다. 1993년 발표된 첫 장편 아이스링크부터 대표작으로 꼽히는 야만스러운 탐정들, 유작 까지 총 12종 17권의 책이 한 세트로 묶여 나왔다. 볼라뇨 컬렉션을 펴낸 열린책들 출판사는 “2009년부터 기획한 볼라뇨 소설 완간 작업이 마무리됐다”며 “시와 비문학 작품 몇몇을 제외하고 작가의 모든 소설을 국내에서 볼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번 컬렉션에 유일하게 빠진 소설 아메리카의 나치 문학은 을유문화사가 2009년 출간했다.

볼라뇨는 가르시아 마르케스 이후 남미 최고의 작가라는 찬사를 받고 있지만 국내 인지도는 그다지 높지 않다. 인간의 악, 죽음, 체제 전복, 문학의 실패 등 그의 작품 전체를 가로지르는 주제들이 다수의 대중보다 소수의 극성 팬을 양산하기에 더 적합하기 때문이다. 문학이라는 장르 자체에 의구심을 품고 인용과 변용을 자유롭게 구사했던 볼라뇨의 독특한 작법도 독자층을 좁고 깊게 만드는 데 한몫을 했다.

그러나 문단의 반응은 늘 열광적이었다. 98년 발표한 야만스러운 탐정들은 ‘내장 사실주의’라는 정체불명의 문학 사조를 신봉하는 청년들의 여행기로, 남미의 노벨 문학상이라 불리는 로물로 가예고스상을 수상했다. 작가가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 매달린 유작 은 죽음과 악, 문학의 역할 등 작가가 평생 천착해온 주제를 4권의 방대한 분량 안에 풀어 놓은 필생의 역작이다. 작가 사후에 발표돼 더욱 화제가 된 이 책은 바르셀로나시 상, 산티아고시 문학상 등 수많은 문학상을 휩쓸고 뉴욕타임스, 타임, 가디언 등 유력 언론이 선정한 ‘최고의 책’에 숱하게 뽑혔다.

열린책들 출판사는 볼라뇨 작품 완간을 기념해 컬렉션 도서 전체를 목제 책장에 담아 한정판 세트로 내놨다. 표지 작업은 쿠바 출신 화가 알베르토 아후벨이 맡아 책 읽는 재미를 더한다. 평소 볼라뇨의 열혈 팬으로 알려진 아후벨은 선혈과 광기로 얼룩진 작가의 작품 세계에 음산한 표지 그림으로 화답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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