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난민·빈민층 구제 치중... 초·중·고교 교사 양성소 설립 지역 교육 기본 틀 갖출 것"
“학교를 다녀야 할 아이들의 절반쯤은 벌거벗은 채 종일 동네를 뛰어다닙니다. 아이들이 다닐 학교가 제대로 없거니와 공부보다 생계 전선에 먼저 내몰리는 게 현실이죠.”
1997년부터 17년째 ‘킬링필드’ 캄보디아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캄보디아 예수회 미션 한국관구장 대리 오인돈(50) 신부가 캄보디아에 학교를 세우자며 들려준 현지의 사정은 매우 열악했다. 28일 서울 인사동에서 기자들과 만난 오 신부는 “크메르루주 대학살 이후 20여 년에 걸친 내전으로 캄보디아는 매우 피폐해져 있다”며 “전세계의 도움으로 아이들이 초등학교는 졸업하지만 중학교 진학률은 53.6%, 고교 진학률은 27% 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 신부는 “캄보디아 평균 교육기간이 5.8년 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캄보디아 아이들에게 상급 학교 진학은 꿈 같은 얘기”라면서 “아이들이 간신히 학교를 다니더라도 제대로 공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했다.
교사들도 봉급을 제대로 받지 못해 대부분 별도의 부업을 갖고 있으며 그들이 수업을 빼먹는 일도 부지기수다. 교사들은 경제 형편이 어렵다는 이유로 가르칠 내용의 절반만 정교 수업시간에 가르치고 나머지 절반은 돈을 받는 보충수업 시간에 가르친다. 교사는 또 시험을 치를 때 ‘촌지’를 받고 학생들의 부정행위를 눈감아 주며 상급학교 진학 시험에서도 뇌물을 받으면 합격점을 준다. 오 신부는 “도덕관념이 형성될 시기에 아이들이 학교에서 부정부패를 먼저 배우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오 신부는 “예수회는 1980년 전쟁 난민 지원을 위해 캄보디아에 들어갔으며 이후 주로 전쟁 부상자나 장애인, 빈민층을 지원해왔다”며 “이제 이런 방법으로는 한계를 느껴 올해부터는 교육사업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우선 태국 접경인 캄보디아 북서부 농촌 반티에이 미은쩨이 지역에 ‘하비에르 예수회 학교’를 설립하기로 했다. 올해는 주민을 위한 지역개발센터를 짓고 이어 2016년부터 12년에 걸쳐 초ㆍ중ㆍ고교와 교사 양성소를 설립해 지역교육의 기본 틀을 완성할 계획이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869달러 밖에 되지 않는 아시아 최빈국에서 벗어나려면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에서다.
예수회는 하비에르 예수회 학교 건립에 필요한 80억~100억원 가운데 절반 정도를 한국에서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다음달 3일에는 서강대 성이냐시오관 강당에서 학교 건립을 위한 음악회를 연다. 음악회에 출연하는 미국 클리블랜드오케스트라 수석 첼리스트 악장인 마크 코소워와 피아니스트 오지원는 오 신부의 매제와 여동생이다.
캄보디아에 뼈를 묻기로 서원한 오 신부는 “학교에 만연한 부정부패의 고리를 끊지 못하면 캄보디아의 미래가 밝지 못할 것”이라며 “교육으로 발전한 우리의 경험을 전해준다면 분명히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환하게 웃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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