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최초로 게임 박사가 된 ‘게임광’이 졸업과 동시에 미국 유명 대학의 교수로 임용됐다. 주인공은 올해 2월 KAIST 전산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박태우(32)씨. 박씨는 8월부터 미국 미시간주립대 원거리통신 및 정보연구미디어학과에서 학생을 가르치며 게임 연구를 한다.
KAIST는 “우리 학교 출신 박사가 해외 명문 대학에 정식 교수로 임용된 사례가 여럿 있지만, 박씨처럼 박사후연구원 경력 없이 곧바로 교수가 된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라고 밝혔다. 이공계 교수직은 박사학위를 받은 뒤 몇 년간 대학이나 연구기관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일하며 경험을 쌓은 사람을 임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KAIST는 “게임 전문가들이 게임 안에서도 특정 분야만 제한적으로 연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비해 박씨는 콘텐츠와 조작 기술, 경험 분석, 디자인 등 게임 전반에 걸친 지식과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을 높이 평가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박씨가 남달리 게임 전반을 연구하기로 한 데는 자신이 게임에 빠져 학창시절을 어렵게 보낸 경험이 한몫 했다. “고교 시절 게임 때문에 성적이 좋지 않아 재수 끝에 KAIST에 입학했는데, KAIST에서도 여전히 게임을 놓지 못해 학업이 부진했다”는 것이다. 석사과정도 남보다 졸업이 늦었고 박사과정 때도 연구에 집중하지 못하고 겉돌았다. 박씨가 게임제작 동아리에서 모바일 퍼즐을 만들어 상용화하는 걸 지켜본 같은 학과 송준화 교수는 그에게 정식으로 게임을 개발해보라고 조언했다. 바로 이 조언이 박씨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박씨는 세계 어느 헬스장에서든 같이 게임하고 운동할 수 있는 기술, 대열에서 이탈한 어린이를 찾아주는 기술, 사용자의 평소 생활 패턴을 활용한 아바타 기술 등을 접목한 생활 밀착형 게임들을 개발했다. 각종 국제학회에서 주목을 끌었고, 그 성과 덕분에 이번 교수 임용 심사에서 높은 점수를 얻은 것으로 박씨와 KAIST는 보고 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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