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이승엽 페이스 박병호, 심정수가 필요하다
박병호(28ㆍ넥센)의 폭발적인 홈런 페이스에 11년 전 잠자리채 열풍을 이끌었던 이승엽(삼성)의 모습이 떠오르고 있다.
44경기 만에 19개의 대포를 쏘아 올린 박병호는 당시 아시아신기록(56개)을 수립한 이승엽과 엇비슷한 홈런 생산 능력을 보이고 있다. 당시 이승엽은 131경기에 출전해 56개의 아치를 그렸다. 경기당 홈런은 0.427개, 10.6타석 당 1홈런이었다. 박병호의 경기당 홈런은 0.432개, 10.1타석 당 1개의 홈런이다. 2003년 이승엽은 44경기에서 21개로 박병호보다 2개 많았는데 당시 프로야구는 팀 당 133경기였다. 128경기를 치르는 박병호는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57개까지 때릴 수 있다. 박병호의 5월 홈런도 이승엽의 전성기를 넘보고 있다. 이승엽이 50홈런 이상을 기록한 1999년(54개)과 2003년 5월에 쏘아 올린 홈런은 나란히 15개. 김상현(SK)이 KIA 시절이던 2009년 8월 기록한 15개를 포함해 세 차례의 프로야구 월간 최다홈런 기록이다. 박병호는 5월 4경기를 남겨둔 27일 현재 13개의 홈런을 기록 중이다.
11년 시차를 둔 이승엽과 박병호의 승부는 지금부터다. 이승엽은 2003년 18ㆍ19호, 20ㆍ21호를 각각 1경기에서 기록한 뒤 23~25호는 더블헤더에서 몰아치며 페이스를 급격하게 끌어 올렸다. 박병호 역시 올 시즌 멀티홈런이 벌써 3개로 몰아치기에 능한 스타일이다.
그런데 이승엽에겐 있고, 박병호에겐 없는 것이 하나 있다. ‘러닝 메이트’다. 이승엽은 심정수(현대)라는 걸출한 경쟁자와 동시대에 활약했다. 2003년 이승엽이 56개의 홈런을 때릴 때 심정수는 불과 3개 모자란 53개를 기록했다. 2002년엔 이승엽이 정규시즌 최종전 연장전에서 극적인 47호 홈런을 때려 46개의 심정수를 1개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이승엽 외에도 역대로 40홈런 이상을 때리고 홈런왕에 오른 선수들에겐 모두 ‘러닝 메이트’가 있었다. 1998년 홈런왕 타이론 우즈(42개ㆍ두산)는 이승엽(38)과 4개 차였고, 2000년 박경완(40개ㆍ현대)은 우즈(39개)를 1개 차로 따돌리고 홈런왕을 차지했다.
박병호는 27일 현재 2위 나성범(12개ㆍNC)과 격차를 7개로 벌렸다. 나성범보다는 최형우(삼성)나 호르헤 칸투(두산ㆍ이상 11개)가 잠재적인 홈런 경쟁자지만 이들과 벌써 8개 차다. 박재홍 MBC SPORTS+ 해설위원은 “경쟁자의 존재는 더 좋은 기록을 생산할 수 있는 촉매제”라고 말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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