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우리 사랑 ‘그린라이트’일까요?”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우리 사랑 ‘그린라이트’일까요?”

입력
2014.05.28 08:33
0 0

“시도 때도 없이 걸려오는 남자친구의 전화 때문에 너무 힘들어요. 저번에는 회의 중에 전화를 꺼 뒀더니 그 사이 부재중 전화가 50통이나 와 있는 거 있죠. 무슨 일 생겼나 놀라서 전화했더니 막 화를 내면서 ‘진동으로 해 놓으면 되지 왜 꺼 놨어? 회의한 거 맞아?’라며 의심하는 거에요. 평소에도 뭐하고 있는지, 누구랑 있는지 꼬치꼬치 물어보고 휴대폰 검사도 은근슬쩍 하더라고요. 예전엔 집에 데려다 주는 게 좋았는데, 요즘엔 야근 하는 날도 퇴근할 때까지 기다리겠다며 막무가내로 찾아오는 바람에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것 같아요. 상황을 설명하고 이해시키려고 설득도 해 봤지만 변명으로만 생각해요. 이제는 정말 숨이 막혀 죽을 지경인데, 남자친구가 저를 그만큼 많이 사랑해서 이러는 것 같기도 해서 헷갈리네요. 우리 사랑 ‘그린라이트’ 일까요?”

연애는 달콤하다. 적어도 겉으로 보기엔 그렇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항상 달콤하기만 한 건 아니다. 때론 사랑이라는 말로 포장된 폭력이 연애 도처에 스며들어 있다. 사랑하기 때문에 집착하고, 강요하고, 협박하고, 폭행한다. 실제로 2009년 한국여성의전화가 서울지역 대학생 796명을 대상으로 데이트 폭력 실태를 조사한 결과 데이트 경험이 있는 여성 10명 중 8명(77.8%), 남성은 10명 중 7명(69.4%)가 정서적 또는 신체적 폭력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요즘 방송가엔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죠?”라고 묻는 연애 코치 프로그램이 봇물이다. 그 만큼 사람들이 데이트폭력에 대응하는 방법을 잘 모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데이트 폭력 대응 실전 매뉴얼을 통해 자신도 모르게 저지르고 있었던 폭력을 곱씹어보자.

1. 당신은 얼마나 건강한 연애를 하고 있을까?

연애에도 정석이 있을까? 스스로 1~5점을 매겨보자. 숫자가 낮을수록 ‘아니다’ 높아질수록 ‘그렇다’에 해당한다.

(1)좋아한다는 고백은 남자가 먼저 하는 것이 좋다.

(2)사귀자고 했을 때 상대가 거절할지라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노력하면 마음이 바뀔 수 있다.

(3)스킨십은 말없이 은근슬쩍 해야지, 해도 되는지 물어보면 분위기가 깨진다.

(4)사랑하면 스킨십을 하고 싶은 것이 당연하다.

(5)데이트 비용은 남자가 더 많이 내는 것이 좋다.

(6)데이트 코스는 한 쪽이 알아서 정하고 리드해주는 것이 더 편하고 좋다.

(7)말하지 않아도, 눈빛만 봐도 통하는 사람이 좋다.

(8)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 최대한 자주 만나고 연락하는 게 좋다.

(9)사랑하면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어야 한다.

(10)진정한 사랑은 서로가 하나 되는 것이다.

*40점 이상 : 일방적이거나 의존적인 관계를 형성할 위험이 있다.

*21~39점 : 평등한 관계, 즐거운 데이트를 위한 준비를 좀 더 해야 한다.

*20점 이하 : 독립적이고 평등한 관계를 만들어갈 준비가 돼 있다.

2. 계속 만나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된다면…

데이트 폭력은 신체적ㆍ성적 폭력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위 사례에서 볼 수 있는 지나친 집착이나 간섭 등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정서적ㆍ언어적 폭력도 해당된다. 스토킹이 대표적 사례다. 데이트 폭력 가해자는 누군가를 통제하고 자기 마음대로 하려는 사람이라는 점을 기억할 것. 상대방이 다음과 같은 행동을 할 땐 혼자 고민하지 말고 꼭 상담해야 한다.

(1) 큰 소리로 호통을 친다.

(2) 하루 종일 많은 양의 전화와 문자를 한다.

(3) 통화내역이나 문자 등 휴대전화를 체크한다.

(4) 옷차림이나 헤어스타일 등 자기가 좋아하는 것으로 하게 한다.

(5) 다른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싫어한다.

(6) 날마다 만나자고 하거나 기다리지 말라는 데도 기다린다.

(7) 내 과거를 끈질기게 캐묻는다.

(8) 헤어지면 죽어버리겠다고 한다.

(9) 둘이 있을 때는 폭력적이지만 다른 사람과 함께 있으면 태도가 달라진다.

(10) 싸우다가 외진 길에 나를 버려두고 간 적이 있다.

(11) 문을 발로 차거나 물건을 던진다.

3. 실전 매뉴얼 ? 사례로 알아보는“이럴 땐 이렇게!”

(1) “남자친구가 저와 의견이 엇갈리거나 다툴 때 크게 소리를 지르거나 욕을 해서 상처를 많이 받아요. 남자친구는 ‘네가 날 이렇게 만든다’고 하는데 정말 저한테 문제가 있어서 남자친구가 화를 내는 걸까요?”

-갈등을 폭력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잘못된 방법이다. 게다가 폭력을 행사하는 이유를 상대방에게 돌리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언어 폭력도 물리적 폭력 못지 않은 상처를 입히는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2) “헤어지자고 한 지 반년이 넘었는데, 계속 집 앞에 찾아오고 ‘성관계 한 사실을 부모에게 알리고, 학교에 소문 내겠다”고 협박해요. 제발 놓아달라고 하는데도 도무지 그 사람에게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아 절망스러워요.”

-스토킹은 연예인보다 데이트 관계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헤어짐의 권리는 양쪽 모두에게 있는 것이지 상대가 놓아주어야 헤어질 수 있는 건 아니다. 부모님은 당신의 성관계 사실을 알게 돼 실망하기보다 혼자서 마음고생하고 있다는 사실에 가슴 아파할 것이다. 끙끙 앓지 말고 부모님에게 현재 상황을 알린다. 상대방이 계속 집 앞으로 찾아올 경우 찾아오지 말라고 미리 경고한 뒤, 계속 찾아온다면 경찰에 신고한다. 법원에 접근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는 방법도 있다.

(3) “우연히 모임에 갔다가 알게 된 사람이 사귀자고 했어요. 거절했더니 매일 연락을 해서는 ‘만나주지 않으면 죽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사귄 지 세 달 정도 됐는데, 아무래도 맞지 않는 것 같아 헤어지자고 했더니 이제는 ‘죽어버리겠다’고 하네요. 헤어지면 정말로 저 때문에 죽을까봐 불안하고 겁나요.”

-많이 불안할 테지만, 상대방이 죽는 게 두려워 못 헤어지는 건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다. 상대방은 죽겠다는 말에 당신의 마음이 약해지는 것을 알고 협박하는 것일 수 있다. 맘 단단히 먹고 헤어지는 게 정답이다. 설사 그 사람이 정말 자살을 한다고 하더라도 당신의 책임이 아니다.

(4) “2년 만난 남자친구가 있는데, 소장하고 싶다고 해서 성관계 동영상을 찍은 적이 있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찜찜해서 지우라고 했더니 당연히 지웠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최근에 헤어지자고 했더니 ‘그 때 찍었던 동영상 기억나? 나만 보긴 아깝기도 하고…’라며 협박하는 거에요. 혹시 동영상이 유포될까봐 두렵고 불안해요.”

-사진이나 동영상 촬영에 동의했다 하더라도 이를 가지고 협박하거나 유포하는 행위는 성폭력 범죄에 해당한다. 협박을 받았을 경우엔 반드시 내용을 녹음하고 문자나 메일 등으로 동영상을 받은 경우 화면을 캡처해 증거자료로 보관해 둔다. 혹시 사진이나 동영상은 보내지 않고 협박만 한다면 보내달라고 해 증거를 확보하는 것도 좋다. 경찰이나 성폭력 상담소에 상담을 받는 방법도 있다.

4. 데이트폭력에 대처하는 방법

(1)폭력에 단호해라

상대가 용서와 화해를 구하고 눈물을 보이며 설득하려 해도 흔들리면 안 된다. 폭력은 어떤 이유로도 용서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일 것.

(2)주변 사람들에게 알려라

부모, 친구, 상담소 등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알려야 한다. 그래야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주변 사람이 피해를 겪고 있다면, 상황에 공감하고 적극적으로 도와줄 것.

(3)폭력의 흔적을 남겨라

상대방이 폭력을 행사한 날짜와 시간을 자세히 기록해 두고 문자메시지, 대화 녹음 등의 증거물을 남긴다. 신체적 폭력을 당했다면 경찰에 신고하거나 피해 입은 부분을 사진으로 찍어 둔다. 병원에 가서 진료 기록을 남길 필요도 있다.

(4)함께해라

폭력을 행사한 상대방과 단 둘이 만나지 말고, 꼭 만나야 한다면 믿을 만한 사람과 함께 만난다.

(5)바꿔라

번거롭더라도 집, 학교, 직장을 오가는 시간과 길을 자주 바꾼다.

5. 도움 받을 수 있는 곳

한국여성의전화 성폭력상담소 02)2263-6465

한국성폭력상담소 02)338-5801~2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02)335-1858

국가인권위원회 국번 없이 1331

장애여성공감 성폭력상담소 02)3013-1367

서울여성장애인 성폭력상담소 02)3675-4465~6

서울해바라기 여성ㆍ아동센터(서울대병원) 02)3672-0365

서울 여성ㆍ학교폭력피해자 원스톱지원센터(경찰병원) 02)3400-1117

보라매 여성ㆍ학교폭력피해자 원스톱지원센터(보라매병원) 02)870-1117

인천 여성ㆍ학교폭력피해자 원스톱지원센터(인천의료원) 032)582-1170

경기 여성ㆍ학교폭력피해자 원스톱지원센터(아주대병원) 031)216-1117

*자료제공 : 한국여성의전화

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일러스트=송정근기자 zoo52@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