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적한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 중 처음으로 장녀 섬나(48)씨가 프랑스에서 검거됐지만, 유씨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하면 수사는 미완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검찰은 유씨의 도피를 도운 이들을 잇따라 체포하는 등 유씨 검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검찰은 27일 전남 여수, 순천과 경기 안성시 등지로 포위망을 좁히고 각각 검거팀 10~20여명과 대규모 경찰력을 동원해 유씨를 뒤쫓고 있다. 유씨 일가 비리를 수사 중인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의 팀장인 김회종 2차장검사는 이날 직접 순천 등지를 방문해 유씨 검거 작전을 지휘했다. 검찰 관계자는 “특정지역을 중심으로 포위망을 좁히고 있으며, 그 지역을 벗어났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각종 연고지에 대해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씨와 장남 대균(44)씨의 도피를 도운 측근들도 속속 검거되고 있다. 검찰은 유씨의 도피를 총괄 기획한 혐의(범인도피)로 모 의과대 교수인 이재옥(49) 헤마토센트릭라이프재단 이사장을 26일 밤 체포해 조사 중이다. 검찰은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이씨가 재직 중인 모 의과대학 사무실에서 신병을 확보했으며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유씨의 최측근인 이씨는 지난 18일 유씨가 설립한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측이 근거지인 경기 안성시 금수원 내부를 언론에 공개했을 때 기자회견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당시 이씨는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하고 1주일 정도 지난 뒤 유 전 회장을 금수원에서 마지막으로 봤다”면서 취재진을 향해 “유 회장님을 큰소리로 부르면 대강당 2층 침실에서 창문을 열고 내다볼 수도 있으니 한 번 불러보라”고 말하기도 했다.
검찰은 또 유기농 음식만 고집하는 것으로 알려진 유씨에게 도피 중 미네랄 생수와 마른 과일 등을 전달하거나 차명 휴대폰을 마련해 준 혐의(범인도피)로 앞서 체포된 호미영농조합 이사 한모(49)씨 등 4명을 이날 구속했다. 안동범 인천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증거인멸 및 도주우려가 있다”고 영장발부 사유를 밝혔다.
검찰은 유씨의 비서 역할을 하며 도피를 도운 혐의로 전날 체포한 미국 영주권자인 30대 여성 신모씨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유씨가 머물렀던 것으로 추정되는 전남 순천 송치재 휴게소 인근 은신처에 대한 정밀감식을 실시해 도피자와 도피를 도운 사람의 지문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이날 유씨 측근인 이재영(62) ㈜아해 대표와 이강세(73) 전 대표를 각각 58억원과 37억원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또 유씨 일가의 재산 환수를 위해 일가 소유인 하나둘셋영농조합 법인과 한국녹색회 등 관련 단체들의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했다.
인천=김청환기자 ch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