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검토한 방식 포기…정부 "2017년까지 완료" 박 대통령 "조속 결론" 지시... LTE로 기울어
정부가 국가재난안전통신망을 서둘러 구축하기로 하면서 11년 동안 검토한 기술 방식들을 버리고 두 달 안에 새로운 기술 방식을 검토하기로 해 논란이 되고 있다.
27일 안전행정부, 미래창조과학부, 기획재정부는 국가 재난 발생시 정부 기관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위한 '국가재난안전통신망'을 2017년까지 완료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19일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에서 “11년째 진전이 없는 국가재난안전통신망 구축사업도 조속히 결론을 내겠다”고 발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국가재난안전통신망은 비상시 경찰 소방관 등 공무원들이 무전기를 통해 하나의 통신망으로 서로 의사소통을 하면서 구조작업 등 필요조치를 신속하게 취하기 위해 필수적인 시스템이다. 지난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때 각 공무원들이 서로 다른 통신방식을 사용해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피해가 커지면서 도입이 추진됐다. 그러나 11년이 지나도록 통일된 기술방식을 정하지 못해 아직도 지역이나 조직에 따라 경찰, 소방관들이 각기 다른 통신망을 사용하고 있고, 이로 인해 공조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지금까지 논의해왔던 기술방식은 모두 폐기한 채 완전 새로운 기술을 도입키로 한 것. 이날 기획재정부는 11년 동안 재난안전통신망 기술 방식으로 논의한 ▦모토로라의 테트라와 ▦국산기술인 와이브로 등 2가지 방식에 대한 예산타당성 검토결과를 안전행정부에 통보했다. 두 가지 방식 모두 기술발전 가능성이 낮고 비용이 많이 들어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테트라는 옛날 기술이어서 고용량 데이터 전송이 되지 않고 와이브로는 국제적으로 통용되지 않는 기술”이라며 “두 방식 모두 전용망 구축에 비용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결국 정부는 11년 동안 문제 투성이의 기술방식을 놓고 갑론을박만 하다가 시간만 낭비한 꼴이 됐다.
대신 미래부에서 두 달 동안 새로운 기술 방식을 검토해 7월까지 결정하기로 했다. 미래부에서는 다양한 기술을 검토하겠다고 했으나 LTE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전행정부 재난안전통신망구축기획단 관계자는 “많은 전문가들이 국가재난안전통신망은 향후 30년을 봐야 하므로 LTE를 권하고 있다”며 “미래부에서 기존 LTE 이동통신망을 활용할 지, 별도 전용망을 마련할 지 등 방식과 다른 기술들을 놓고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 통신장비업체 관계자는 “기존 LTE 이동통신망을 사용하면 비상상황 시 통화 폭주나 기지국 이상이 발생할 경우 재난통신망 역할을 하지 못할 수 있다”며 “결국 별개의 전용 LTE망과 전용 단말기를 구축해야 할 텐데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경찰 소방서 등 기존 비상통신망과 연계 문제도 걸려 있다. 서울 경기권, 대전 대구 부산 광주 울산 등 5대 광역시 경찰들은 이미 테트라 방식의 통신망을 사용하고 있는데, 새 LTE방식이 도입되면 기존 테트라는 폐기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테트라 방식은 비상시 기지국 손상에 대비해 무전기가 기지국 역할을 겸하기도 해 유럽 대부분 국가들이 테트라방식의 비상통신망을 운용한다”며 “2017년에 다른 방식으로 바뀌면 많은 교체 비용이 들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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