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고양종합버스터미널 화재와 관련, 경찰은 27일 발화 원인과 방화스크린이 작동하지 않아 인명피해를 키운 점을 집중 수사했다. 이날 일산 백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신모(71ㆍ여)씨가 숨져 이 사고의 사망자는 8명으로 늘었다.
고양종합터미널 화재 수사본부는 지하 1층 액화천연가스(LNG) 배관 연결 작업 중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용접공 성모(51)씨 등 인부들을 불러 조사했다. 성씨는 “가스 밸브를 잠근 것을 확인하고 용접을 했으며 불이 나자 동료와 소화기로 불을 끄려다 실패해 대피했다”고 진술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가스 밸브는 작업 위치에서 50여m 떨어져 있었다.
수사본부는 성씨 등이 리모델링 중이던 푸드코트의 가스 배관을 연결하던 중 새어 나온 가스에 용접 불꽃이 튀면서 주변 가연재에 불이 붙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수사본부는 지하 1층 구획 변경공사를 했던 시공사에게 현장 인부 명단을 제출 받아 성씨 외에 당시 사고 현장에 있었던 인부 3, 4명을 불러 당시 상황을 물었다.
수사당국은 특히 시공사의 방화구획 변경으로 방화스크린이 무용지물이 되면서 불이 난 지 20여분 만에 6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지하 1층의 경우 지상과 연결된 에스컬레이터를 둘러싼 방화스크린들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1층의 방화스크린만 정상 작동하면서 굴뚝 역할을 해 연기가 급속하게 상층부로 확산됐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문제가 된 지하 1층 방화스크린 일부가 아예 철거된 상태였다고 밝혔다. 방화스크린 철거 등 방화구획 변경 공사는 지난달 22일 고양시의 허가를 받아 시작됐다. 수사본부는 허가 절차의 적법성 등을 들여다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본부는 이날 사망자 8명에 대한 부검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했고, 28일부터 부검이 진행된다. 의료진들은 사망 원인을 질식으로 추정했지만 검찰은 사고원인 규명에 부검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경찰에 부검 지휘를 내렸다.
검찰과 경찰 소방 국과수 가스안전공사 전기안전공사 관계자 등 30여명으로 구성된 합동 감식반은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5시간 넘게 현장 감식을 벌였다. 현장은 검게 그을린 벽과 녹아 내린 에스컬레이터, 깨진 유리창 등으로 처참했다. 감식에 참여한 가스안전공사 관계자는 “지하 1층 발화지점을 집중 감식했다”고 말했다.
합동감식반은 용접이 직접적인 발화 원인인지 밝히기 위해 28일 재감식을 벌이기로 했다. 가족 10여명은 화재 현장을 찾아 감식장면을 보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일부 유가족은 현장을 보고 오열했다.
고양=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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