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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170일간의 파업, 업무방해죄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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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170일간의 파업, 업무방해죄 무죄"

입력
2014.05.2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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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파업 아니다'

배심원들 결론

사측은 "입장 변화 없다"

“김재철 (전 사장) 같은 사람이 MBC를 이끌게 할 것인지, 4대강 비리를 파내는 최승호 PD 같은 사람이 이끌게 할 것인지 현명하게 선택해주십시오.”(변호인)

“방송의 공정성은 사람의 가치관과 신념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방송국 점거 등 폭력적 행동은 그들만의 공정성을 요구하는 독선과 아집에 불과합니다.”(검사)

방송 공정성 회복을 내건 2012년 MBC 파업을 주도한 혐의(업무방해)로 기소된 정영하(46) 전 노조위원장 등 해직 언론인 5명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이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박정수) 심리로 열렸다. 불법 파업을 강조하는 검사와 방송의 공정성 요구는 파업의 정당한 목적이 된다는 변호인의 치열한 공방은 26일 오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4시 20분까지 18시간 넘게 이어졌다.

‘전격성’(예고 없는 파업으로 사측에 피해를 줬는지 여부)이나 ‘위력’(사람의 의사를 제압하는 유ㆍ무형의 힘) 같은 생소한 법적 쟁점을 20대부터 60대까지 무작위로 선발된 배심원단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하기 위해 양측은 쉽고 감각적인 표현을 주로 사용했다.

특히 검찰은 올해 1월 MBC 사측이 노조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법원이 잇달아 노조의 손을 들어준 것을 염두에 둔 듯 더욱 적극성을 보였다. 검사는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팬을 자처하며 “파업 때문에 ‘무한도전’이 몇 달씩이나 결방했다”면서 파업에 불참한 동료를 비난하는 조합원들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틀었다.

노조가 사옥에 빨간 페인트로 ‘김재철 물러가라’고 쓴 것에 대해 변호인은 연필을 부러뜨리고는 “이건 재물손괴다. 연필을 부러뜨리면 연필의 기능을 못하지만 페인트로 낙서한 건 지우면 다시 쓸 수 있다. 효용이 그대로다”라고 재물손괴에 해당하지 않음을 주장했다.

이진숙(53) 당시 기획홍보본부장(현 보도본부장)은 검찰 측 증인으로 나와 “파업을 예측할 수 있었다면 이른바 ‘영혼 없는 기자’라 했던 시용기자들을 미리 선발해 배치했을 것”이라며 파업의 전격성을 강조했다. 1992년 파업 당시 이 본부장이 공정방송을 호소하며 유인물을 배포하는 사진을 변호인이 제시하자 “저 때와 지금은 세계관이 다르다. 취재기자 경험을 통해 이제는 사회를 볼 때 양쪽 면에서 봐야 하는 것을 알게 됐다”고 답했다. 반면 변호인 측 증인으로 나온 최승호(53) PD는 “계속 파업하고 싸울 수밖에 없는 이유는 공정방송이 우리의 근원적인 근로조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배심원들이 내린 결론은 ‘불법 파업이 아니다’였다. 배심원들은 파업으로 인한 업무방해(무죄 6, 유죄 1), 출입문 봉쇄에 따른 업무방해(만장일치 무죄), 김재철 전 사장의 법인카드 사용내역 공개(만장일치 무죄) 혐의에 대해 무죄 평결했다. 다만 재물손괴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무죄 1, 유죄 6)로 봤다.

재판부는 “방송 공정성 문제로 계속적인 노사간 대립이 있었고, 특히 2012년 1월 7일 기자회장을 해고했는데, 이는 사측 입장에서 노조 파업을 예측할 수 있었던 부분”이라며 배심원 평결과 마찬가지로 업무방해 등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고, 재물손괴는 유죄로 판단해 피고인들에게 각각 50만~100만원의 벌금을 선고했다. 이에 대해 MBC 사측은 “회사에 막대한 손실을 끼친 170일간의 노조 파업이 불법이라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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