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17년까지 재난안전통신망을 구축하기로 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관련 대국민 담화 후속조치의 일환으로 11년째 표류해온 이 사업을 조기 완료하기로 했다. 올해 안에 계획을 수립, 내년부터 시범사업에 들어가 2017년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재난 현장에서 경찰 소방 지자체 등 관련 기관간 일사불란한 지휘와 협조체계를 뒷받침할 통일된 무선통신망의 중요성은 말할 나위가 없다.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사고 때 필요성이 제기된 뒤 제때 구축됐더라면 세월호 참사의 희생도 줄였을지 모른다. 그 동안 예산과 통신기술방식을 둘러싼 논란 등으로 10년 넘게 진척이 없었다. 만시지탄이지만 바람직하다.
문제는 통신망에 차세대 기술을 도입하되, 이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생략하기로 한 점이다. 그 동안 타당성 조사에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더욱이 미래창조과학부는 차세대 기술에 대한 검증을 오는 7월까지 완료키로 했다. 재난안전망에 필요한 37개 요구기능에 대한 기술을 불과 2달 만에 뚝딱 검증하겠다는 것인데, 졸속 우려가 제기되는 건 당연하다.
현재 경찰이 5개 광역시 등에서 사용중인 테트라(TETRA)주파수공용방식 기술이나, 과거 우리나라가 독자 개발한 와이브로는 기술발전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돼 채택 대상에 제외됐다. 따라서 롱텀에볼루션(LTE)이 차세대 기술로 낙점될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이 기술도 아직 재난용으로는 시장에서 검증되지 않은 결함이 있다. LTE를 재난통신망에 적용하려면 별도의 기술개발이 필요해 최소 5년 이상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만큼 무턱대고 서두를 일이 아니다.
재난통신망 구축이 중요할수록 기술의 적합성을 철저히 따지면서 신중을 기해야 한다. 필요한 절차 또한 철저히 지켜야 한다. 건설비용에 수 천억원 넘는 돈이 들어가고 운영비용까지 수조원의 혈세가 들어가는 사업이다. 어떤 기술방식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산업계는 물론, 미디어 업계에 미칠 영향도 상당하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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