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기엔 이르다. 디펜딩 챔피언 라파엘 나달(28ㆍ스페인)이 27일(한국시간) 프랑스오픈테니스 남자단식 1회전을 몸풀 듯 3-0으로 통과했지만 2회전에서 자칫 큰 곤욕을 치를 가능성이 있다. 상대는 도미니크 티엠(21ㆍ오스트리아)다. 티엠은 랭킹 57위에 불과한 신예지만 올 시즌 급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달 초 남자프로테니스(ATP)마드리드 오픈 32강전에서 스타니슬라스 바브링카(29ㆍ스위스)를 2-1로 꺾는 파란을 불러 일으킨 주인공이다. 티엠은 나달과 대회 2회전에서 탈락해도 잃을게 없는 홀가분한 표정이다. 하지만 대회 통산 9회 우승과, 대회 사상 첫 5연패에 도전하는 나달이 무너지면 최대 이변의 희생양으로 구설수에 오를게 뻔하다.
이래저래 나달로선 속이 불편할 수 밖에 없다. 더구나 대회조직위가 나달의 첫 경기를 센터코트(필립 샤트리에)가 아닌 2번 코트(수잔 렝글렌)에 배정한 데 대해 뒷말이 나오고 있다.
미 스포츠 웹진 블리처리포트는 이날 ‘나달에 대한 모욕적인 처사가 아니냐’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올렸다.
반면 노박 조코비치(27ㆍ세르비아)와 로저 페더러(33ㆍ스위스), 바브링카는 모두 센터코트인 필립 샤트리에 에서 1회전을 치렀다. 나달의 ‘눈썹’이 약간 올라갈 법하다. 이 매체는 나달이 우승컵을 독식하다 보니 조직위가 은근히 거부감을 나타내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고 덧붙였다. ESPN 테니스 해설위원 브래드 길버트도 “이번 대회 결승에서 나달과 조코비치가 만난다면 프랑스 관중들은 일방적으로 조코비치의 편을 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실제 2009년 로빈 소더링(스웨덴)이 대회 16강전에서 나달을 꺾을 때 프랑스 팬들은 무명인 소더링을 응원했다”라고 밝혔다.
나달은 그러나 경기 후 “어느 코트에서 경기하든 상관없다. 롤랑가로에서 경기하는 것 자체가 즐거운 일이다”라며 대인배의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코트 배정에)모욕감을 느끼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블리처리포트는 ‘프랑스오픈은 나달을 버렸다’라며 기사를 마무리했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나달은 대회 조직위의 ‘저질 꼼수’에 흔들리지 않고 반드시 9회 우승고지에 오를 것이다”라는 글을 남겼다.
한편 바브링카는 기예르모 가르시아-로페스(41위ㆍ스페인)에게 1-3(4-6 7-5 2-6 0-6)으로 져, 짐을 쌌다. 같은 해 호주오픈 우승자가 프랑스오픈 1회전에서 탈락한 것은 1998년 페트르 코르다 이후 16년만이다. 아시아선수로 톱10랭커에 이름을 올린 니시코리 게이(25ㆍ일본)도 마르틴 클리잔(59위ㆍ슬로바키아)에게 0-3(6-7 1-6 2-6)으로 완패해 2회전에 오르지 못했다. 여자부에선 2014 호주오픈 챔피언 리나(30ㆍ중국)가 1회전에서 미끄러졌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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