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사업 기부채납비율, 가이드라인 생길까
건설업계ㆍ도시계획학계 “기부채납비율 매번 달라 사업성 예측 힘들고 사업성 악화”, 국토부 “필요하면 관련 용역 발주해 제도 도입 여부 검토”
서울 마포구 아현동에서 재개발사업을 진행 중인 A조합은 부동산시장 경기침체로 사업성이 악화되는 와중에 또 다른 복병을 만났다. 기부채납비율 15%에 따른 국공유지 매입비용으로 125억원이 추가로 들어가게 되자 지난해 하반기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소형 평형을 늘려 설계를 변경했다. 그러나 이에 따른 교통영향평가 등 각종 평가를 새로 받아야 해 1년 반 정도 사업 지연이 불가피하다. 금융권에서 빌린 사업비에 대한 금융비용도 계속 늘어나 조합으로서는 사업 추진에 상당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지지부진한 재개발사업의 사업성과 예측성을 높이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에 일임된 기부채납비율의 가이드라인 설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도 “필요하면 용역을 발주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건설업계의 해묵은 민원이 해소될 지 관심사다.
27일 국토교통부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재개발사업은 사업지가 있는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때 기부채납비율을 결정한다. 그러나 각 지자체의 도시정비 여건과 재개발사업구역 주변 개발여건 등이 제각각 달라 매번 다르게 나온다. 다만 서울시의 경우 기부채납비율이 올라가면 용적률이 상향되도록 연계해 그나마 예측이 가능한 편으로 기부채납비율이 15~20% 정도에서 결정된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기부채납비율이 법 조문에 포함돼 있지 않고 지자체의 내부 규정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또한 공론화가 된 적이 없어 기부채납비율에 대한 제대로 된 연구도 없는 실정이다.
기부채납 면적이 결정되면 재개발사업을 추진하는 조합은 사업구역에 있는 국ㆍ공유지를 제외하고 부족한 면적만큼 국공유지를 새로 구입해 지방자치단체에 넘겨야 한다. 통상 사업비 중 이 비율이 5~15%로 최소 수입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에 달해 조합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최막중 국토토시계획학회 회장은 “재개발 사업장마다 상황이 다 달라 일률적인 기준을 정하면 유연성이 저해될 수 있지만 지금처럼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은 안 된다”며 “가이드라인 설정에 대한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도 “도시계획 심의기능은 필요하지만 기부채납비율 가이드라인이 정해져 있지 않아 사업의 예측성이 낮아진다”며 “일률적일 필요는 없지만 가이드라인이 설정되면 사업 추진이 원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건설업계와 도시계획학계는 재정난에 시달리는 지방자치단체들이 기부채납비율을 가급적 상향해 지역 내 도로와 공원 등을 조성하려는 욕심을 절제해야 재개발사업의 추진이 원활해진다고 입을 모은다.
기부채납비율의 적정선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높아지자 국토부도 “필요하다면 관련 용역을 발주해 제도 도입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국토부는 이미 지방자치단체 담당자와 전문가들이 참여해 매월 한 차례씩 모임을 갖고 기부채납비율에 대한 논의를 해 오고 있다. 김태오 국토부 주택정비과장은 “도시계획 심의 프로세스를 면밀히 들여다 본 후 개선사항을 도출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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