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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 없는데…' 선거가 귀찮은 유권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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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 없는데…' 선거가 귀찮은 유권자들

입력
2014.05.27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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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 호소나 여론조사 빌미 문자·전화 빗발…유권자 "정치인 거부감 생겨"

6·4 지방선거를 일 주일여 앞두고 한 표라도 얻기 위한 후보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지만, 여전히 유권자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특히 세월호 참사를 의식해 떠들썩한 거리 유세 대신 문자메시지나 명함을 활용해 일대일로 유권자를 만나는 방식의 선거운동이 늘면서 유권자들의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

27일 오전 경남 남해군 남해읍사거리에서 있은 새누리당 홍준표 경남도지사 후보의 유세장을 찾은 한 유권자가 귀에 보청기를 착용한 채 홍 후보의 연설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오전 경남 남해군 남해읍사거리에서 있은 새누리당 홍준표 경남도지사 후보의 유세장을 찾은 한 유권자가 귀에 보청기를 착용한 채 홍 후보의 연설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시도 때도 없는 문자·전화…"선거 공해" 호소

대구 수성구 선거구민인 이모(47)씨는 지방선거 운동기간인 요즘 시도 때도 없이 날아오는 선거운동 문자 메시지에 넌더리가 날 지경이다.

지난 26일 이씨가 받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중 시장후보, 구청장 후보, 지방의회 후보 등이 보낸 문자는 20여 통에 달한다.

그나마 이씨가 거주하는 지역의 후보들만 보내는 것이 아니다.

엉뚱하게 경북지역 후보들까지 이씨에게 문자를 날려 지지를 호소하는 형편이다.

이씨는 "차라리 내가 사는 지역의 후보들이면 이해할 만한데 전혀 다른 곳의 후보들까지 선거운동 문자를 보내고 있다"며 "어떻게 전화번호를 알고 보내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경기도 성남에 사는 강모(47)씨도 요즘 이번 선거에 투표 대상이 아닌 지역의 시장과 기초의원 후보들이 발송하는 선거운동 문자메시지를 심심찮게 받는다.

받자마자 삭제하고 스팸 번호로 등록도 해보지만 그때뿐이다. 어찌 된 영문인지 또 다른 후보의 선거운동 문자가 계속 오고 있다.

후보자 지지 부탁과 여론조사를 빌미로 걸려오는 전화도 유권자의 원성을 사고 있다.

대전시 서구에 사는 김모(39·여)씨는 최근 대전 동구청장 선거에 출마한 한 후보 캠프의 전화를 받고 황당해했다.

자신의 휴대전화 전화번호를 상대방이 아는 것도 기분 나빴는데,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과는 전혀 다른 지역에서 전화가 왔기 때문이다.

김씨는 27일 "개인정보가 떠도는 것 같아 불쾌하다"면서 "이런 전화를 받으면 그 사람을 뽑으려 했다가도 뽑기 싫어진다"고 말했다.

대전시 대덕구에 사는 김모(51)씨는 지난 24일 하루 동안 9통의 선거운동 문자메시지와 함께 언론사와 각 후보 캠프에서 실시하는 여론조사 전화 4통을 받았다.

김씨는 "문자메시지는 바로 삭제하면 그만이지만, 여론조사는 상황이 다르다"며 "운전 중 전화를 받았다가 무의식적으로 차선을 변경하는 바람에 사고위험을 느낀 적이 있다"고 얼굴을 붉혔다.

그는 "이번 주 들어서도 여론조사 전화가 계속 오고 있는데, '070'으로 시작하는 전화번호는 여론조사로 생각하고 아예 받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후보들의 유세전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27일 오후 인천시 중구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서 인천시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덕적도 등 섬지역에서 사용할 투표용지를 여객선에 싣고 있다. 연합뉴스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후보들의 유세전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27일 오후 인천시 중구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서 인천시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덕적도 등 섬지역에서 사용할 투표용지를 여객선에 싣고 있다. 연합뉴스

달갑지 않은 명함은 곧장 쓰레기통으로

울산시 남구에 사는 최모(43)씨는 출근길마다 만나는 선거운동원들이 불편하다.

아파트를 나서자마자 신호대기하는 차들이 길게 늘어서는데, 그때를 노리고 후보 명함을 전달하려는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이다.

웃는 얼굴로 창문을 두드리는 운동원들을 물리칠 수 없어 매번 명함을 받지만, 그렇게 받은 명함들은 곧장 쓰레기통으로 직행한다.

최씨는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정치인에 대한 실망을 넘어 거부감 같은 감정이 생긴 것 같다"며 "주위에 비슷한 말을 하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대구 달서구 유권자인 박모(52)씨는 집 근처 대로변과 대형마트 주변을 지날 때마다 출마자들이 나눠주는 명함이 반갑지 않다.

길목마다 기초의원 후보들이 서서 저마다 홍보명함을 나눠주는 바람에 손에는 명함이 한가득 이다.

명함에는 후보자의 얼굴 사진과 기호, 경력 등이 찍혀 있으나 후보별로 차별화할 수 있는 정보는 별로 없어 읽지도 않고 바닥에 버리기 일쑤다.

박씨는 "후보들이 인사를 하면서 명함을 돌리면 마지못해 받지만, 솔직히 단체장과 비교하면 지방의원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며 "의회 견제기능이 약한데다가 우리 지역의 선거결과가 뻔한 것도 무관심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치 불신이 정치인에 대한 거부감으로 이어져

유권자들의 선거운동에 대한 싸늘한 반응은 후보들도 직접 느끼고 있다.

울산시의원 재선에 도전하는 한 후보는 "지난 5회 선거 때는 거리에서 손을 흔들면 같이 손을 흔들어주는 유권자가 많았지만, 이번에는 손은커녕 냉담한 태도를 보이는 사람이 대다수다"며 "'나는 투표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아예 인사를 마다하는 유권자도 있다"고 토로했다.

기초의원 재선을 위해 뛰는 다른 후보는 "그나마 선거운동을 할 수라도 있는 지금은 상황이 많이 나아진 것"이라며 "예비후보로 등록한 후 처음 거리로 나갔을 때는 '세월호 사고로 나라가 난리인데 선거운동을 하느냐'고 꾸짖는 시민도 많았다"고 회상했다.

특히 후보 간 지지율이 크게 벌어져 이미 판세가 기울었다고 예상되는 지역일수록 이런 경향은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정준금 울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치권력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상태에서 불에 기름을 붓는 격으로 세월호 참사까지 발생해 국민들이 선거를 외면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지역색이 강해 특정 정당이 강세를 보이는 데다 흥미를 끌 만한 경쟁이나 이슈가 없는 지역일수록 선거에 대한 무관심이나 체념이 더 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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