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정형 (DB)방식 단순 퇴직금 구조와 같아 年 임금상승률 높을 때 유리
확정기여형(DC)방식 근로자가 운용해 수익 추구 성과급 등 추가적립도 가능
개인형 퇴직연금형(IRP) 이직하더라도 가입 유지 年 1200만원 추가납입 가능
효율적 운용이 관건 퇴직 앞둔 투자자는 원금보장형 상품에 비중 DC형 장기운용 가입자는 실적배당형 비중 상향 유리
고령화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준비 안된 노후는 미래의 재앙과 직결될 정도로 노후준비는 필수가 됐다. 매달 안정된 수입원을 확보할 수 있는 국민연금, 퇴직연금, 연금저축 등을 겹겹이 준비해두면 노후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월급으로 한달 생활조차 빠듯한 게 현실. 여유가 없다면 재직기간 중 자연스레 쌓이는 퇴직연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존 퇴직금 제도와 달리 운용이 가능해 원금에 플러스 알파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퇴직연금이 은퇴 후 국민연금 수령 전까지 생기는 공백기를 메워줄 듬직한 효자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달부터 최장 7년간 퇴직연금 누적수익률이 공시되고, 퇴직연금 사업자는 매달 상품의 금리를 공시하도록 의무화 되는 등 운용환경도 점차 개선되고 있다.
퇴직연금, DB형과 DC형 선택 먼저
퇴직연금과 퇴직금의 가장 큰 차이는 운용방식에 있다. 퇴직금은 단순히 ‘퇴직 전 3개월간 평균임금×근속연수’로 형성되는 구조를 갖고 있지만, 퇴직연금은 퇴직금과 구조가 같은 확정형 방식(DB형) 외에도 근로자가 직접 운용할 수 있는 확정기여(DC)형, 직장을 이동하더라도 가입이 유지되는 개인형 퇴직연금(IRP)형으로 구성돼 있다.
DC형 가입자의 경우 회사가 매년 퇴직금에 해당하는 금액(연봉의 약 8.33% 이상)을 DC계정에 넣어주면 이 돈을 직접 운용해야 한다. 연평균 5%의 수익을 내는 상품에 30년간 넣으면 적립금이 원금의 4.3배 수준에 달한다는 가정이 가능하다. 장기에 걸쳐 재투자되는 복리효과 덕택이다. 작년 소득세법 개정으로 DC형 근로자는 성과급 등을 추가 적립할 수 있게 된 점도 이점이다. 이렇게 불린 자금을 연금으로 수령할 경우 퇴직소득세(평균 9%) 대신 저율의 연금소득세(3.3~5.5%)만 내면 된다. 따라서 자신의 임금상승률이 퇴직연금보다 높은지 판단해보고 DB형 또는 DC형을 선택해야 한다. 승진이 빠르거나 임금상승률이 높은 근로자는 DB형을, 연평균 임금상승률이 낮거나 퇴직을 앞뒀다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DC형이 낫다.
IRP형은 이직할 경우 필요하다. 퇴직연금에 가입한 근로자는 퇴직 시 퇴직금을 급여계좌가 아닌 IRP 계좌를 통해 받도록 돼 있다. 이 IRP 계좌에 입금된 퇴직금으로 스스로 상품을 선택해 운용하면 된다. 추가 납입도 연간 1,200만원까지 가능하다.
운용에 반드시 관심 둬라
퇴직연금으로 노후를 대비하려면 장기간 효율적인 운용이 필요하다는 전제가 따른다. 자신의 퇴직연금 수익률과 좋은 상품 등에 평소에도 높은 관심을 둬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상당수 근로자가 ‘퇴직금=최후의 보루’라는 인식에 원리금보장형 상품 투자에 치중한다. 실제 현재 전체 퇴직연금 자산(3월말 기준 85조2,839억원)에서 원리금보장형 상품이 92.6%에 달할 정도다. 하지만 저성장ㆍ저수익 기조가 굳어질수록 이런 판단은 독이 될 수 있다. 미국의 DC형 퇴직연금 제도인 401k에서 펀드와 주식투자 비중이 70% 이상, 호주의 퇴직연금 제도인 슈퍼애뉴에이션에서 주식투자 비중이 5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활발한 투자가 이뤄진다.
DC형 가입자들은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며 원리금 보장상품과 주식ㆍ채권펀드 등으로 분산투자 전략을 짜야 한다. 예컨대 원리금 보장상품에 50%를 넣었다면 나머지를 주식형과 채권형에 분산하는 식이다. 물론 투자 중간에 상품 종류와 비율 변동은 언제나 가능하다. 퇴직을 앞두고 있는 투자자의 경우 투자기간이 짧아 자칫 손실이 날 경우 회복이 쉽지 않기 때문에 원금보장형 상품의 비중을 높이면 된다. 반면 운용기간이 최소 20년 이상 남은 30대라면 실적배당형 비중을 높이는 게 유리하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3년 동안 퇴직연금펀드는 6.7%의 수익률을 보여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이는 연금저축펀드(-10%)나 개인연금펀드(-4%)에 비해 고수익을 보이고 있다. 올해 가장 높은 수익률을 올린 상품은 ‘신영퇴직연금배당주식증권자투자신탁(주식)C형으로, 수익률이 7.5%에 달한다. 이승현 에프앤가이드 연구원은 “퇴직연금은 장기로 투자를 하기에 정기적으로 펀드 수익률을 확인하고 상품에 대한 정보를 꼼꼼히 살피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며 “다만 노후자금인 만큼 무조건 높은 수익을 기대하기 보다는 분산투자로 안정성과 수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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