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개편 감안하면 0.2%P↓ 한은 발표 소비자심리지수도 8개월 만에 최저치 수준 급락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즉 경제성장률을 3.7%로 잡았다. 지난해 하반기 전망과 숫자는 같지만 의미는 다르다. 통계 개편에 따른 착시 효과를 감안하면 사실상 하향 조정이기 때문. 민간소비의 더딘 회복세가 발목을 잡은 것이다.
KDI는 27일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우리 경제가 완만한 회복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민간소비 부진 등으로 아직 미약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올해 경제성장률로 3.7%를 제시했다. 지난해 하반기 전망한 수치(3.7%)와 같다.
그러나 올해부터 적용된 통계 기준을 대입하면 지난해 전망은 3.9% 정도라, 사실상 이번 수정 전망은 0.2%포인트 정도 하향 조정된 것이다. 산업구조 변화를 반영하고 국제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GDP 산정에 적용돼 온 품목별 가격 등의 기준연도를 2005년에서 2010년으로 바꾸면서 0.1~0.2%포인트의 수치 상승 요인이 생겼다고 볼 수 있다.
조동철 거시경제연구부장은 “1분기 소비가 예상보다 상당히 부진했고, 세월호 참사 이후 경기둔화 우려도 있었다”며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사실상 하향 조정한 게 맞다”고 말했다. KDI 전망은 정부(4.1%), 한국은행(4.0%), 경제협력개발기구(4.0%)보다 낮은 수준이다.
KDI에 따르면 민간소비는 1분기에 전년동기대비 2.6% 증가하는데 머물렀다. 전기대비로도 전 분기(0.6%)보다 낮은 0.3%의 증가율을 기록해 회복세가 둔화한데다, 세월호 참사 여파로 2분기 실적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 전망은 지난해 하반기 전망치(3.6%)보다 훨씬 낮은 2.7%가 됐다. 또 올해 설비투자와 건설투자 증가율 역시 기저효과와 토목 부문 부진 등을 감안해 각 8.0%와 2.8%로 내려 잡았다. 올해 실업률은 3.5%로 소폭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경상수지는 지난해와 비슷한 780억달러 내외 흑자, 소비자물가는 1.6% 정도로 내다봤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5월 소비자 동향조사 결과’에서도 경제 상황에 대한 소비자 심리를 반영한 소비자심리지수(CSI)가 8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급락했다. 지난해 9월(102) 이후 상승세를 타며 108을 유지하던 CSI가 105로 떨어진 것이다. 특히 현재 생활형편, 6개월 뒤 생활형편, 소비지출전망 모두 2포인트씩 하락했다. 소비자 심리가 낙관에서 비관 쪽으로 조금 기울었다는 얘기다.
KDI는 “당분간 경기 대응을 위해 소폭의 재정적자를 용인하고, 큰 충격이 발생하지 않는 한 현재의 금리 수준을 당분간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앞으로의 정책 방향을 밝혔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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