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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격랑, 도전과 혁신 '쌍두마차'로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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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격랑, 도전과 혁신 '쌍두마차'로 넘는다

입력
2014.05.27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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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후 잠재성장률, 전문가들 "2%초반" 예상

주력 산업 한계 시점은 61%가 "5년 뒤 닥칠 것"

변화의 흐름 정확히 예측해 불확실성에 대응을

10년 뒤, 혹은 20년 뒤 경제 환경이 어떤 모습으로 바뀌어 있을지 누구도 모른다. 온갖 연구소들과 전문가들이 다양한 예측을 쏟아내지만, 예측은 예측일 뿐이다. 그만큼 변화의 속도는 빠르고, 방향성은 일정하지 않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자. 20년 전인 1995년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사이버 보안 전문가 클리포드 스톨의 칼럼을 실었다. 그 기사의 제목은 ‘인터넷? 말도 안돼!(THE INTERNET? BAH!)’. 디지털 전도사로 불리던 MIT 미디어랩의 니콜라스 네그로폰테가 “앞으로 책과 신문을 인터넷에서 구입하는 시대로 빠르게 전환될 것”이라며 디지털 혁명을 예고한 무렵이었다.

칼럼의 제목만 봐도 내용을 가늠하기 어렵지 않다. 스톨은 “인간적인 접촉 없이 인터넷을 통해서는 누구도 물건을 구매하지 않을 것이다” “인터넷을 통해 돈을 송금하는 믿을만한 방법이 있다 해도 판매원이라는 자본주의의 필수 요소를 빠뜨렸다” 고 적었다.

주지하다시피 그의 예상은 180도 빗나갔다. 아마존, 옥션, 그루폰 등은 스톨을 비웃듯 승승장구했고, 이 칼럼을 실은 뉴스위크는 2010년 단돈 1달러에 매각됐다.

이처럼 경제환경 변화에 대한 잘못된 예측, 그리고 어긋난 의사 결정은 기업의 운명을 가른다. 지금 아무리 떵떵거리는 기업도 10년 뒤, 20년 뒤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 핀란드를 먹여 살리던 노키아, 일본의 자존심 소니, 게임의 대명사 닌텐도, 휴대전화의 원조 모토로라…. 언제까지나 1등을 지킬 것만 같던 기업들이 몰락의 길을 걷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왜 이런 세계적 기업들이 무너지는지를 설명할 때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되는 곳이 필름업계의 선두주자였던 코닥이다. 잘 알려졌듯 1975년 세계 최초로 디지털카메라를 개발한 곳은 코닥이었다. 이런 뛰어난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코닥은 내리막 길을 걷고 있던 핵심 사업인 필름 분야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했다. 그것이 코닥의 핵심 인력들이 모여있던 필름사업부 직원들의 강력한 저항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의사결정 과정에 중대한 착오가 있었기 때문인지는 해석이 분분하다. 분명한 건, 환경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과감히 필름사업을 포기하고 평판 디스플레이, 화장품, 제약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살 길을 모색한 후지와는 확연히 대비되는 행보였다.

우리 기업들도 거대한 변화의 물결 앞에 서있다. 게다가 헤쳐가야 할 우리 경제의 미래도 밝지만은 않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작년 말 경제전문가 72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한 결과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10년 후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 3명 중 1명은 ‘2% 초반’에 그칠 것이라고 답했다. 현재 3% 중반대인 잠재성장률을 임기 말인 2017년에 4%대로 끌어 올리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목표와는 정반대의 예상이었다. 10년 후 1인당 국민소득은 3만~3만5,000달러에 머물 거라는 답변이 압도적(62.5%)이었다. 4만달러를 넘을 거라는 예상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은 더 우울하다. 우리나라가 노동 부문과 서비스부문의 개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10년 뒤 잠재성장률이 2% 안팎까지 떨어질 거라고 예상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2020년대에 마이너스로 전환될 거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이 전망일 뿐이긴 하지만 그래도 분명한 건 있다. 더 이상 우리 경제에 과거와 같은 고도성장기는 없을 것이고, 선진국 문턱이 가까워오면 올수록 특단의 돌파구가 없이는 성장세 둔화는 필연적인 흐름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단지 거시경제 환경만 어두운 것은 아니다. 기업들은 점점 더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직면하고 있다. 지금의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주력산업은 머지 않아 한계에 봉착할 것이 분명하다. 같은 설문에서 주력산업의 한계시점이 5년 후에 닥칠 거라는 응답이 무려 61.1%에 달했다. 이미 한계에 봉착했다는 답도 15.3%나 됐다.

경쟁 환경도 점점 더 복잡해질 것이다. 업종의 벽을 넘어서 경쟁자들이 위협해오고, 새로운 기술을 내놓을라치면 금방 모방 기술이 범람한다. 스포츠 의류업체 나이키가 아디다스가 아닌 게임업체 닌텐도를 경쟁자로 설정하고, GM이 개발한 소형차를 중국 기업이 모방하는 데 불과 1년밖에 걸리지 않는 시대다. 고객의 요구도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불확실성은 기업들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변화를 준비하고, 또 대응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의 기업들도 코닥과 노키아, 소니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다.

경영 컨설턴트인 짐 콜린스는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라는 책에서 기업 몰락의 5단계를 설명하고 있다. ▦성공으로부터 자만심이 생겨나고(1단계) ▦자만심은 더 많은 욕심을 내게 되고(2단계) ▦욕심에 눈이 멀어 위험을 부정하고(3단계) ▦결국 극약처방을 하지만(4단계)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린다(5단계)는 것이다.

성공한 기업들도 지금 이 5단계의 어딘가에 속해있는 건 아닌지, 혹은 앞으로 몇 년 내 이런 단계에 진입하게 되는 건 아닌지 끊임없이 점검해봐야 한다. 위기는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그걸 극복하는 건 기업의 몫이다. 우리 기업들은 과연 얼마나 미래를 준비하고 불확실성과 위기에 대응하고 있는지 짚어본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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