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록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순간이었지만, 류현진(27·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은 타석에서 힘차게 배트를 휘두르고 누상에서는 온 힘을 다해 달렸다.
그리고 숨 돌릴 틈도 없이 마운드에 올라 상대와 정면 승부했다. 퍼펙트 행진은 깨지고 류현진은 실점했다.
다저스와 신시내티 레즈의 경기가 열린 27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
1-0으로 아슬아슬하게 앞선 다저스가 7회말 1사 2, 3루의 기회를 잡은 상황에서 타석에 선 류현진은 상대 에이스 조니 쿠에토와 풀카운트 신경전 끝에 시속 153㎞ 직구를 때려 유격수 앞으로 굴렸다.
상대 실책에 힘입어 1타점을 올리며 1루를 밟은 류현진은 디 고든의 땅볼에 2루로 진출했다가 칼 크로퍼드의 2루타에 홈까지 내달렸다.
야시엘 푸이그가 고의4구로 걸어나갔지만, 애드리언 곤살레스가 2구 만에 땅볼로 물러난 탓에 류현진은 전력질주로 턱밑까지 차오른 숨을 돌릴 여유가 많지 않았다.
하필 류현진은 직전까지 7이닝 동안 한 명의 타자도 누상에 내보내지 않는 퍼펙트 행진을 벌이던 터였다.
8∼9회에 여섯 타자만 이대로 막아내면 다저스 투수 중에서는 샌디 쿠팩스(1965년) 이후 49년 만에 퍼펙트 게임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숨가쁜 7회의 여파로 호흡이 흔들릴 수밖에 없던 류현진에게 퍼펙트의 벽은 조금 높았다.
8회 첫 상대로 신시내티 4번 토드 프레이저를 만난 류현진이 2구째 던진 체인지업은 다소 가운데로 몰렸고, 타구는 좌선상을 타고 외야 펜스까지 구르는 2루타가 됐다.
잠시 허리를 짚고 고개를 하늘로 향하던 류현진은 특유의 무시만 표정을 유지하려 했지만, 기록을 놓친 허탈함은 어쩔 수 없었다.
루드윅에게 안타를 맞고 희생플라이로 점수까지 내준 류현진은 브라이언 페냐에게까지 안타를 허용해 1사 1, 2루에 몰리고는 마운드를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구원 등판한 브라이언 윌슨이 불을 제대로 끄지 못하고 추가 실점, 류현진의 자책점은 3점이 됐다.
류현진은 더그아웃으로 돌아간 뒤에야 슬쩍 미소를 지어 보이며 아쉬움을 곱씹었다.
훗날을 기약하며 아쉬움을 남겼지만, 첫 안타를 허용하기 직전까지 류현진은 2시간 15분간 다저스타디움을 자신을 위한 무대로 만들며 칭찬받기에 마땅한 호투를 했다.
앞서 올 시즌 다저스타디움에서 세 경기에 출전해 평균자책점 9.00에 2패만 당해 최악의 투구를 거듭한 류현진의 당면 과제는 '홈구장 징크스'에서 탈출하는 것이었다.
류현진은 징크스를 깨는 것을 넘어 완벽한 투구로 우려를 말끔히 씻었다.
1회 첫 타자인 빌리 해밀턴과의 승부에서부터 류현진은 작심한 듯 최고의 공을 꽂아넣었다.
시속 147㎞의 직구와 뚝 떨어지는 커브에 이어 148㎞ 직구를 높이 던져 헛스윙을 유도, 삼구 삼진으로 잡아냈다.
이후 두 타자를 범타로 처리해 공 12개 만에 1회를 끝낸 류현진은 2∼3회도 삼진 1개씩을 섞어 공 20개로 마무리했다.
4회에 동료의 도움으로 첫 고비를 넘겼다.
류현진과 깊은 우정을 자랑하던 후안 우리베가 다치면서 대신 3루를 책임진 저스틴 터너가 '도우미'가 됐다.
터너는 류현진의 커브를 받아쳐 만든 빌리 해밀턴의 느린 땅볼을 쇄도하면서 잡아내 자칫 내야안타가 될 수 있던 타구를 아웃으로 만들어냈다.
류현진은 이어 잭 코자트와는 풀카운트까지 이어지는 접전을 벌인 끝에 높은 슬라이더를 던졌다가 3루수와 유격수 사이로 흘러가는 타구를 허용했다.
완벽한 좌전 안타 코스였지만 이번에도 터너가 몸을 던져 넘어지며 잡아내더니 완벽하게 1루로 송구, 피안타 하나를 막아줬다.
터너의 도움에 힘입어 브랜던 필립스까지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 4회를 마친 류현진은 이후로도 위기 없이 연속 삼자범퇴로 처리해 7이닝 동안 퍼펙트 행진을 벌였다.
방송 중계진도 흥분하기 시작할 무렵, 타석에서 팀에 득점을 안길 기회를 외면하지 않고 전력질주한 류현진은 결국 8회 찾아온 두 번째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당당한 피안타였고, 당당한 실점이었다.
대기록은 이렇게 아쉬움을 남기며 8회에 깨졌지만, 다저스타디움의 홈팬들은 기립박수로 7회까지 완벽히 던진 류현진에게 찬사를 보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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