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ENS 법정관리 여파… 특정금전신탁 손실 보전 줄다리기
기업은행 “도의적 책임져라”
KT ENS가 지급보증한 루마니아 태양광사업 정상가동 KT가 사업 분리한 뒤 인수 원해
KT는 “법적 책임 없다”
업종 연관성 높지 않아 난색 불완전판매 책임 전가에도 불만 실무자 논의 나섰지만 해법 불투명
권선주 IBK기업은행장이 KT ENS 관련 특정금전신탁 문제를 해결해달라며 황창규 KT 회장에 면담을 요청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황 회장은 권 행장의 면담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대주주로서 도의적 책임을 져달라”는 기업은행과 “법적으로 해줄 수 있는 부분이 없다”는 KT의 팽팽한 대립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는 것. 양측 실무진들이 조심스럽게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해법 도출이 간단치는 않아 보인다.
26일 금융계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지난 달 KT ENS의 법정관리로 투자금을 날릴 위기에 처한 특정금전신탁 투자자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KT 측에 권 행장이 황 회장을 면담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KT측은 “실무선에서 논의가 이뤄지지도 않았는데 최고경영자(CEO)들이 만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거절했다. 대신 임원과 실무진이 기업은행을 찾아 권 행장과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발단은 지난 3월 KT ENS가 직원의 3,000억원 대출사기 사건 이후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상환하지 못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것. KT ENS는 루마니아에서 진행 중인 태양광사업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 조달을 위한 ABCP에 지급보증을 해줬는데, 대출 사기 사건 이후 투자자들이 만기 연장을 거부했다. 보증을 선 KT ENS가 상환을 해야 하지만 자금 여유가 없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었다.
기업은행이 문제가 된 건 이 ABCP에 투자하는 특정금전신탁을 자사 VIP 고객들에게 대거 판매했기 때문. 2월말 기준 1,857억원의 ABCP 잔액 중 기업은행 판매분이 618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투자자들은 수 차례 기업은행을 항의 방문해 “KT와 관련된 회사여서 안전하다는 말만 믿고 투자했다”며 손실 보전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권 행장이 황 회장에게 면담을 요청한 것도 이 때문. 기업은행 관계자는 “현지 실사 결과 KT ENS의 루마니아 태양광사업은 사기대출과 무관하게 정상 가동중”이라며 “대주주인 KT가 법정관리 신청에 따른 도의적인 책임은 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기업은행 측이 원하는 건 KT가 KT ENS의 루마니아 태양광사업 등 신재생에너지 부문만 떼어내서 인수(P&A)하는 방안, KT가 이 사업에 대해 지급보증을 해주는 방안 등인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KT는 난감해 한다. KT 관계자는 “KT가 지원에 나서기에는 업종의 연관성이 높지 않을뿐더러 현재 진행중인 법정관리의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충돌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이 불완전판매의 책임을 KT에 떠넘기려 한다는 불만도 나온다. 황 회장이 면담을 거절한 것 역시 이런 인식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권 행장은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권 행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물론 (황 회장이) 만나주지 않아서 서운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실무진을 통해 협의 통로가 마련됐다”며 “은행 측에서 KT에 요구하고 있는 사안이 있긴 하지만, 그걸 모두 다 공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KT측을 무리하게 자극해봐야 득이 될 게 없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양측의 이해가 첨예하게 맞물린 상황이어서 현실적인 해법이 도출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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