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활동 중인 전직 대법관은 37명
로펌 재취업 많아
대법관 출신인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난해 변호사로 개업해 5개월 간 16억원을 벌어 들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법조계의 해묵은 문제인 전관예우(前官禮遇) 논란이 다시 불붙었다. 전관예우의 정점이라 할 대법관 출신 변호사 대부분이 대형 로펌 등에 재취업해 막대한 수입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져 법조계를 향한 불신의 눈초리가 커지고 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변호사 등록을 마치고 서울에서 활동 중인 전직 대법관은 총 37명에 달한다. 이들 중 16명이 김앤장법률사무소, 법무법인 태평양, 광장 등 대형 로펌에 소속돼 있고, 7명은 중소형 로펌의 대표 혹은 고문 변호사를 맡고 있다. 나머지 14명은 안 후보자와 같이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차려 활동하고 있다.
전관 변호사들의 사건 수임료는 철저히 비밀에 부쳐져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고등법원 부장판사 이상 출신이 평균 월 1억원(세전 기준) 넘게 번다는 것이 통설이고, 전직 대법관의 경우 적게는 연 수십억, 많게는 100억원 이상의 수입을 올리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고법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현직 때부터 사법시험과 학교 선후배를 비롯해 정ㆍ관계 등에서 폭넓은 인간관계를 유지해 온 최고위 법관 출신들은 개업한 첫 해 수십억원은 번다”며 “로펌에 들어간 최고위 법관 출신들도 인센티브를 포함하면 10억원대의 연봉은 거뜬히 벌고 있다”고 전했다.
변호사 등록 시점을 2000년 이후로 잡으면 총 21명의 전직 대법관이 변호사로 활동 중인데, 상대적으로 안전한 로펌행 비율이 과거보다 높아졌다. 개인 변호사로 개업한 이는 안 후보자를 포함해 4명뿐이다. 변호사 업계의 과열 경쟁과 퇴임 직전 관할 기관의 사건 수임을 퇴임 후 1년간 맡지 못하도록 한 법률 제정의 영향이 크다.
한 대형 로펌의 중견 변호사는 “전직 대법관이 로펌에 들어오면 (퇴임 기관 관련 사건에 대해) 선임계를 내지 않고 막후에서 자문 역할을 하는 방식으로 사건에 관여하는 게 가능하다”며 “특히 향후 고위 공직자로 ‘유턴’할 가능성까지 고려한다면 문제가 되기 쉬운 세금정산 등을 로펌에서 관리해 주기 때문에 큰 매력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2000년 이후 대법관에서 물러난 뒤 변호사 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은 정치권에서 활동 중인 김황식 전 국무총리를 제외하면 조무제 동아대 석좌교수, 전수안 공익사단법인 ‘선’ 고문, 김영란 서강대 석좌교수 등 손에 꼽을 정도다. 김능환 전 대법관은 퇴임 이후 한동안 부인이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일해 주목을 받았으나 결국 대형 로펌 행을 택했다.
전관예우 논란은 주로 고액 수임료의 적정성 여부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오랜 공직 생활을 통해 얻은 법률 지식과 경험을 사회에 환원하지 않고 철저히 사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더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법은 기술이 아니라 한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원리이자 원칙”이라며 “공직에 있어 습득 가능했던 법률 지식은 마땅히 이 시대를 살아갈 시민들의 몫으로 치환되어야 함에도 돈벌이 수단으로만 이용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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