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이 설립한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가 경기 안성시 금수원 정문에 내건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갈 데까지 가보자’는 현수막에 대해 검찰이 철거를 요청한 통화 내용을 26일 공개했다. 구원파가 정권 실세를 겨냥하자 검찰이 나서서 말렸다는 것이다.
구원파 평신도복음선교회 이태종 임시 대변인은 이날 금수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이 현수막을 내려달라는 요청에 더해 대체할 현수막 문구까지 제안했다”며 통화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녹음 파일에는 “그런 현수막은 하지 말자. 국민들이 안 좋아한다. 금수원에선 그거 떼고 인천지검 와서 데모하지 말자”는 육성이 담겨 있다. 이어 “플래카드에 오대양 명예회복했다는 거 쓰고, 유병언 비리와 우리 교단 무관하다, 법질서 존중한다, 이렇게 쓰자”고 말하고 있다.
구원파가 25일 “검찰이 현수막을 내리라는 요청을 해왔다”고 주장하자 검찰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즉각 부인했었다. 인천지검 김회종 2차장 검사는 26일 오후 언론 브리핑에서도 “수사팀 내에서는 그런 전화를 한 사람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선을 그었다. 이어 “수사팀 아닌 검찰 관계자가 그런 말을 했을 수 있는데 법을 준수하자는 내용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구원파는 지난 15일 현수막을 걸며 “1991년 오대양 자수사건 당시 김기춘 법무장관이 지금은 비서실장이 돼 구원파를 표적수사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21일에는 김 실장이 1992년 부산 초원복집에서 기관장들과 당시 김영삼 대선 후보의 지원을 논의하며 나온 말인 ‘우리가 남이가’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26일에는 고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초기 평검사와의 대화에서 한 말을 빌려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지요?’라는 현수막도 추가했다.
평신도복음선교회는 이날 “유병언 전 회장은 금수원 안에 없다”고 밝혔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안성=김진욱기자 kimjinuk@hk.co.kr
[정정 및 반론보도문]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관련
본보는 지난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관련 기사에서 세월호 이준석 선장을 비롯해 선원 상당수가 구원파(기독교복음침례회) 신도로 알려졌고,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은 장인 권신찬 목사와 함께 구원파를 설립하고 구원파 목사로 활동했으며, 오대양 사건 당시 유병언 전 회장과 기독교복음침례회가 그 배후로 연관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하였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 5월 공문을 통해 “오대양 사건 집단자살이 구원파나 유병언 전 회장과 관계 있다거나 5공 정권의 비호가 있었다는 사실은 확인된 바 없었다”고 확인한 바, 관련 기사를 바로잡습니다. 또한 기독교복음침례회는 세월호 선장 및 선원 중 기독교복음침례회 신도는 한 명도 없으며, 유병언 전 회장은 1981년 구원파 교단 설립에 참여하지 않았고 그 이후로도 해당 교단에서 목회활동을 한 사실이 없기에 유 전 회장이 기독교복음침례회 교주(총수)라는 일각의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밝혀 왔습니다. 아울러 기독교복음침례회 교리와 관련해 “일각에서 주장하는 ‘한번 구원 받으면 회개하지 않아도 된다’는 교리는 없으며 구원받은 이후에도 성경말씀에 따라 잘못된 행실을 수시로 자백하고 고쳐야 한다는 교리가 있다”고 밝혀 왔습니다.
한편, 유병언 전 회장측에서는 기업명인 ‘세모’는 성경의 ‘모세’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삼각형을 뜻하는 것이라고 밝혀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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