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읽기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기 위한 첩경이다. 현장 취재 경험을 갖춘 중견 이상 언론인의 통찰이 칼럼엔 담겨 있다. 칼럼만 활용해도 번다한 사회 현안들 속에서 헤맬 필요가 없다. 잘 골라 읽으면 길이 도드라진다. 읽을 만한 칼럼들을 추려본다./ 편집자
현대 사회에서 대개 종교는 위선이다. 죽음-공포에서 기원한 순수 자기 기만이 삶-불안의 영역까지 확장하며 사기로 변질되기 십상이다. 내세 구원이면 몰라도 현세 기복(祈福)을 종교가 어떻게 감당하나. 이를 미끼로 세 불리기에 집착하면서 어찌 성(聖)을 입에 올리나.
“종파를 떠나 존경 받는 목자인 고 옥한흠 사랑의교회 목사는 2007년 성령 강림 100주년 예배에서 ‘교회가 양적 성장에 눈이 멀어, 믿기만 하면 천국에 간다고 설교해 왔다’고 회개하면서, ‘행위가 있는 믿음이라야 천국에 갈 수 있다’고 설교했다. ‘한 번 구원은 영원한 구원’이라는 교리가 ‘현대판 면죄부’ 역할을 하고 있다는 뼈저린 반성이었다. 하지만 옥 목사는 그 후 여러 목사로부터 ‘왜 그런 설교를 했느냐’는 핀잔을 들었다고 고백했다. 안타깝지만 현재 한국 교회에는 옥 목사보다 그를 핀잔했던 목사들이 더 많은 듯하다. 이러니 한국 교회가 구원파 같은 이단이 독버섯처럼 자라는 데 자양분이 되고 있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 ‘한국 교회는 구원파와 다른가?’(한국일보 ‘편집국에서’ㆍ권대익 문화부 부장대우)
성소(聖所)의 타락은 종교뿐 아니다. 오락물로 호객하는 공영방송도 부자연스럽다. 그건 허약한 물적 토대의 결과만은 아닐 터. 남루하고 부조리한 현실을 감추려는 누군가의 고의.
“공영방송의 현실을 보라. 그곳은 개그맨, 연예인, 스포츠맨의 영토이지, 다른 나라, 예컨대 독일의 경우처럼, 예술가, 학자, 정치인의 영역이 아니다. 그곳은 연예인의 사생활 잡담, 개그맨의 객쩍은 수다, 막장 드라마의 악취, 휴먼다큐의 값싼 감상주의, 건강에 대한 끝없는 협박, 맛있는 곳과 놀러 갈 곳에 대한 유혹으로 가득하지만, 어디에서도 우리 사회가 다다른 참담한 현실과 국가가 처한 냉엄한 상황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고민은 찾아볼 수 없다. (…) 방송의 민주화를 쟁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방송의 우민화를 저지하는 것은 더 중요하다. 정권의 방송 장악은 공정한 보도를 망치지만, 방송의 총체적 오락화는 대중의 의식을 잠재운다.” - ‘문제는 길환영이 아니다’(한겨레 ‘세상보기’ㆍ김누리 중앙대 교수)
세월호 참사 뒤에도 박근혜 대통령은 뜻을 굽히지 않는다. 느슨한 규제가 배를 가라앉히든 말든, 규제는 여전히 도려내야 할 암(癌)이다. 보수 신문들조차 그의 리더십이 염려스럽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우파 경제학자들을 비판하면서 ‘피를 뽑는 치료법을 맹신하던 중세의 치료사들이 환자가 회복되지 않으면 한번 더 피를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처럼, 21세기 경제학계의 피뽑기 치료사들은 자신의 신념을 바꾸려 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우리 사회 곳곳은 세월호처럼 위태위태한 상태다. 파이를 키우기만 할 뿐 나누지를 않으니, 양극화가 위험수위에 이르렀다. 그렇다고 성장이 제대로 되는 것도 아니다. 잠재성장률은 추세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피뽑기 치료사들’이 스스로 치료법을 바꿀 리는 없다. 아픈 것은 환자이지 자신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신들은 이 치료법으로 주머니가 계속 두둑해지고 있으니 더욱 그렇다.” - ‘한국의 피뽑기 치료사들’(한겨레 ‘프리즘’ㆍ안선희 경제부 정책금융팀장)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34일째가 되는 날 박근혜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국민에 대한 사과와 함께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개혁방안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담화문은 지난 2월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담화문과 여러 가지 측면에서 공통점이 많다. (…) 두 담화문이 이렇게 많은 유사점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정부가 국가개조를 부르짖고 있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국정의 기조는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마치 세월호 참사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만 제대로 추진되었더라면 방지할 수 있었다는 얘기처럼 들린다.” - ‘국가개조, 국민 합의가 중요하다’(한국일보 ‘아침을 열며’ㆍ변창흠 세종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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