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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로셴코 대통령 당선… 우크라 사태 새 국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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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로셴코 대통령 당선… 우크라 사태 새 국면

입력
2014.05.26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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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실시된 우크라이나 대선에서 무소속 후보로 나선 재벌 출신의 페트로 포로셴코가 출구조사에서 당선이 확실시되자 기자회견을 열고 오른손을 불끈 쥐며 기뻐하고 있다. 키예프= AP 연합뉴스
25일 실시된 우크라이나 대선에서 무소속 후보로 나선 재벌 출신의 페트로 포로셴코가 출구조사에서 당선이 확실시되자 기자회견을 열고 오른손을 불끈 쥐며 기뻐하고 있다. 키예프= AP 연합뉴스

초콜릿 로셴 소유자로 ‘친서방’성향 개표결과 54% 과반 득표

티모셴코 전 총리 따돌리고 압승

“우크라 유럽 지향 원칙 수행할 것 푸틴 만나 러 관계회복에도 노력”

EU 가입 찬성 입장도 친러세력 동부권 긴장은 여전

우크라이나 분리 독립 사태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25일 조기 대선 잠정 개표 결과 재벌인 친유럽파 페트로 포로셴코(48) 후보가 50% 이상 득표해 당선했다.

러시아 합병 움직임이 거센 동부에서는 친러 세력의 방해로 사실상 투표가 진행되지 못했다. 하지만 사태 해결의 키를 쥔 러시아 푸틴 대통령도 대선 결과 수용 의사를 밝힌 상태여서 꼬여만 가던 사태가 해법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 관건은 ‘실용주의자’이자 ‘협상가’로 평가 받는 포로셴코의 리더십과 외교력이다.

잠정 개표결과 포로셴코 50% 넘어

우크라이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6일 “40% 개표 상황에서 포로셴코 후보가 54.09%를 득표했다”고 밝혔다. 2004년 ‘오렌지 혁명’ 주역인 율리야 티모셴코 전 총리는 13.13%를, 민족주의와 유럽화를 내세우는 급진당 후보 올렉 랴슈코는 8.49%를 차지했다. 전체 투표율은 60.7%로 잠정 집계됐다.

앞서 포로셴코는 이날 출구조사 발표 후 기자회견에서 “85%의 국민이 우크라이나의 유럽화를 지지했다”면서 “유럽화 이행은 아주 중요하며 모든 권력기관은 향후 직무 수행에서 국민의 단호한 의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취임 후 첫 방문지를 동부 돈바스(도네츠크, 루간스크주)가 될 것이라고 강조해 동부 지역 포용 의지를 내비쳤다.

포로셴코는 또 “러시아는 우리의 이웃이며 러시아의 참여 없이 안보를 얘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러시아와 적합한 대화 형식을 찾을 것이며 푸틴 대통령과도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협상에서 크림반도 점령과 동부지역 불법 주민투표 불인정, 우크라이나의 유럽화 지향이라는 원칙들은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종 개표 결과는 6월 4일 이전 발표되며 이후 30일 안에 취임식을 치른다.

EU 가입은 지지, 나토는 신중

우크라이나 남부 오데사주 볼그라드에서 태어난 포로셴코는 키예프 국립대를 졸업하자마자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 열매 판매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1990년대 제과회사 여러 개를 인수해 ‘로셴’으로 키우면서 사업 기틀을 잡았다. 로셴은 동유럽 최대 제과회사로 성장했고 그는 ‘초콜릿 왕’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로셴 제품의 절반이 러시아로 수출되고 있다. 로셴의 성공을 발판으로 사업 영역을 자동차 생산, 조선, 미디어 등으로 넓혀 억만장자 대열에 올랐다. 지난 3월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포로셴코는 개인재산 13억달러(1조3,330억원)로 우크라이나 갑부 7위에 올랐다.

정치에는 34세에 레오니트 쿠치마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회민주당 소속으로 의회에 진출하면서 입문했다. 하지만 쿠치마와 결별하고 개혁 성향의 정치인 빅토르 유셴코와 인연을 맺었고 2004년 유셴코가 주도한 ‘오렌지 혁명’의 자금줄 역할을 했다. 유셴코 시절 국가안보국방위원장을 맡았고 2009년 말부터 2010년 초까지 외무장관을 지냈다. 외무장관 때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적극 추진했다. 2010년 초 유셴코 대통령의 정적 빅토르 야누코비치가 집권하자 해임됐으나 2년 뒤 야누코비치는 그를 경제개발ㆍ통상 장관으로 발탁했다.

중립적 정치성향이던 포로셴코는 지난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관세동맹 가입을 압박하며 로셴 초콜릿 수입을 금지한 데 반발해 친서방으로 기울었다. 야권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지지하며 물질적 후원자 역할을 했다. 포로셴코는 대선 출마 선언에서 “서방과 새로운 방위조약을 체결하겠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의 유럽 통합은 지지하지만 나토 가입을 위한 주민 투표는 아직 때가 아니라는 이유로 반대한다.

동부 친러세력 대화 거부 표시

앞서 주민투표를 통해 분리독립을 선언한 도네츠크주(유권자 330만명)와 루간스크주(180만명)의 대다수 선거구에서는 분리주의자들의 선거 방해로 투표가 거의 무산됐다. 무장 분리주의자들은 지역 선관위원들을 쫓아낸 다음 사무실들을 점거하고 컴퓨터와 직인 등을 탈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네츠크주의 22개 선거구 가운데 9개 선거구, 루간스크주의 12개 선거구 가운데 2개 선거구에서만 투표소들이 문을 연 것으로 전해졌고 이마저 투표율이 10%대에 그쳤다.

자칭 도네츠크인민공화국 공동의장인 현지 민병대 지도자 미로슬라프 루덴코는 “포로셴코가 군사작전을 중단하고 군대를 철수시킴과 동시에 공화국의 주권을 인정할 때만 대화가 가능할 것”이라며 “포로셴코에게 큰 희망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이번 선거는 통일 국가를 유지하고 모든 국민에게 다가서려는 우크라이나 정부의 노력에 또 하나의 중요한 발자취”라며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정치ㆍ경제 개혁을 위해 신임 대통령 및 민주적으로 구성될 의회와 협력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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