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의 영광을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선배들께 바치고 싶습니다.”
세월호 참사 추모 분위기 속에서 열리고 있는 제43회 인천 전국소년체전 육상 100m와 4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딴 안산 단원중 3학년 안성재(15)군은 담담하게 소감을 밝혔다.
안군은 세월호 참사로 많은 선배들을 잃었다. 단원중에 따르면 세월호에 탑승한 단원고 2학년 학생 325명 가운데 단원중 출신은 30%가 넘는 104명에 이른다. 안군이 1학년 시절 3학년이었던 선배들이다. 단원중과 단원고는 울타리를 사이에 두고 맞붙어있다. 게다가 세월호 참사로 사망하거나 실종된 단원고 학생들의 친동생들이 단원중에 다니는 경우가 많다.
안군은 25일 한국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처음에 ‘단원고 학생 전원 구조’ 소식이 들려 큰 일이 아닌 줄 알았는데 이후 사망자와 실종자가 계속해서 나와 걱정이 많았다”며 “희생자 중에는 친한 형들도 많았다”고 말했다.
안군은 24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소년체전 육상 남자 중학부 100m에서 어깨 부상이 재발할 정도로 혼신을 다했다. 안군은 어깨 부상 탓에 25일 열린 200m에서는 메달권 밖인 4위에 그쳤지만 후회는 없었다.
안군은 “단원고에 육상부가 없어 다른 고등학교로 진학했던 친한 형들이 단원고 친구들 이야기를 하면서 많이 힘들어했다”며 “친구, 선ㆍ후배, 세월호 참사로 힘들어하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될 수 있을까 해서 후회 없이 뛰었던 것이 금메달이라는 좋은 결과를 낳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덕우 단원중 육상부 감독은 “학생은 물론이고 교직원들도 세월호 참사로 많이 힘들어 했고 학교 분위기도 계속 침체돼 있었다”며 “(안군이 획득한) 금메달이 위로가 되고 슬픔을 이기는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인천=이환직기자 slamhj@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