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강직한 성품의 안대희 총리 후보자를 발탁한 뒤로도 인적 쇄신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가 잦아들지 않고 있다. 박 대통령이 안 후보자 발탁과 함께 남재준 국정원장과 김장수 청와대 안보실장의 사표를 수리, 김기춘 비서실장의 유임 방침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그가 현재의 세월호 참사 수습 국면에서 여전히 비서실장 적임자일까.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서 보좌, 국정 전반에 커다란 영향력을 미치는 직책이란 점에서 비서실장의 최대 덕목은 대통령의 신임이다. 따라서 가장 믿을 만한 사람이라고 여겨 옆에 남기고 싶은 대통령의 뜻은 그 자체로서 존중해 마땅하다. 평소 같으면 그렇다.
그러나 안 후보자의 기용으로 시작된 이번 인적 쇄신은 박 대통령이 기약한 ‘국가개조’의 출발점이다. 세월호 참사에서 뚜렷이 확인된 국가의 기능부전과 비정상을 개선해서 정상화하기 위한 일종의 위기 대응이다. 그렇다면 안 후보자의 강직한 성품을 살린 ‘책임총리’의 위상에 국민이 기대를 걸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김 실장을 그대로 두고는 국민의 이런 기대에 부응하기 어렵다. 총리의 역할을 ‘대통령을 보좌해 국정을 통괄한다’고 규정한 헌법에 비추어 ‘책임총리’의 실현 가능성은 사실상 대통령의 뜻에 달렸다. 과거 노무현 정부의 이해찬 총리처럼 대통령이 ‘전결권’ 범위를 넓히고, 장관들의 복종 자세를 독려해야 책임총리로서의 역할이 저절로 살아난다. 김 실장의 유임은 안 후보자 발탁에서 엿보인 대통령의 그런 의지를 퇴색시킨다.
김 실장과 안 후보자는 군대보다 더하다는 검찰의 위계질서 속에서 잔뼈가 굵었다. 한참 후배인 안 후보자는 총리의 지위로도 김 실장의 뜻을 배제하기가 쉽지 않다. 형식상의 지위관계와는 뒤집힌 이상한 관계가 형성되기 십상이다. 더욱이 두 사람은 부산이라는 동향 출신이다. 이래서야 책임총리는커녕, 대통령의 귀에 거슬린 얘기까지 소신 있게 할 수 있는 ‘소신총리’도 되기 어렵다.
눈을 조금만 더 크게 뜨면 믿을 만한 사람이 없을 리 없다. 아직 시간 여유도 있다. 박 대통령의 재고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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