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9월 인천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 선수단을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이 남한 개최의 국제 종합스포츠대회에 참가하는 것은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과 2003년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에 이어 세 번째다. 인천 아시안게임은 북한의 참가로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45개 회원국 모두가 참가하는 대회로 기록될 수 있게 됐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스위스 유학시절부터 체육에 많은 관심을 보여온 것은 널리 알려진 바다. 김정은 체제 이후 북한이 각종 국제대회에 활발히 참가하는 등 스포츠를 중시해온 것도 김 위원장의 취향과 관계가 깊다. 올해 마식령스키장을 개장하고 작년부터 미국의 전 프로농구 선수 데니스 로드먼을 여러 번 초청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북한이 남북관계가 최악인 지금 아시안게임 참가의사를 밝힌 것은 다목적이다. 우선 중국까지 대북 제재에 본격 가세해 전방위적 고립에 직면한 부정적 국가 이미지를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계산을 했을 수 있다. 남한과 미국, 중국 등 6자회담 핵심 당사국에는 북한의 대화의지로 비칠 수 있다. 특히 과거 체육교류가 긴장완화에 촉매제 역할을 했듯, 스포츠는 남북관계에서 스포츠 이상의 정치적 함의를 띠어왔다.
북한의 아시안게임 참가는 그 자체로 환영할 일이다. 또한 체육행사에 국한된 일회성으로만 흘려 보내기에도 아깝다. 꽉 막한 남북관계를 뚫는 계기로 삼으려는 실용적 자세가 필요하다. 물론 북한이 전날 서해에서 포격을 가하고, 우리 안보라인이 교체되는 미묘한 시기에 이중적 모습을 보인 것은 경계해 마땅하지만, 인천 아시안게임 참가 의사가 전해준 정치적 신호까지 무시할 필요는 업다.
앞으로 경호 등 북한 선수단 체류문제와 아직 언급되지 않은 응원단 파견 등 남북이 논의할 사안이 적잖다. 아시안게임 개최를 전후해 북한 고위급 인사의 방한도 예상된다. 지난 2월 남북 고위급 접촉 이후 추후 일정이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남북이 자연스럽게 머리를 맞댈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인천 아시안게임이 남북의 정치교류 재개로 이어지기를 미리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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