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 본사를 둔 세계 1위 화학소재기업 바스프는 지난달 말 독일에 있는 유기전자 소재 부문 글로벌 영업 조직을 서울로 옮겼다. 또 올 하반기 중 오픈을 목표로 성균관대 수원캠퍼스 안에 아시아ㆍ태평양 전자소재 연구개발(R&D) 센터를 짓고 있다.
글로벌 기업이 연구개발과 마케팅 영업 조직을 잇따라 우리나라로 옮긴 건 전례가 없는 일. 바스프는 왜 우리나라에 이렇게 관심이 많은 걸까.
신우성 한국바스프 회장은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삼성전자, 현대기아차, LG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주요 기업들이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소재 분야에 투자와 연구개발을 집중하고 있다”며 “이들 한국 기업이 전자, 자동차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이끌고 있기 때문에 이들과 가까이에서 소재 관련 공동 연구 개발을 진행하면서 빠르게 변화는 시장 상황에 적응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바스프는 화학제품부터 반도체 특화 솔루션, 평면 디스플레이, 유기발광다이오드(LED)를 포함한 조명, 태양광까지 지난해 글로벌 매출은 787억 유로(약 113조), 직원 수는 11만 명에 달한다.
한국엔 1954년 진출했고, 1998년 IMF 금융 위기 직후 합작사였던 한화로부터 지분을 인수 100% 자회사로 한국바스프를 세웠다. 한국바스프는 지난해 매출 2조5,000억원을 올렸다.
신 회장은 “바스프는 2020년까지 현재 아시아 시장의 매출액의 2배인 250억 유로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한국은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포스트로 본사에서도 여기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2012년 전자소재 R&D센터 입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일본바스프와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신 회장은 “소재가 워낙 중요하다 보니 일본바스프 대표도 글로벌 소재분야에서 일본 기업들의 중요성을 내세워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신 회장은 한국과 일본 사이에서 고민하던 본사에 독특한 해법을 제시했다. "노벨상을 타려면 일본에 연구소를 두는 게 낫다. 하지만 비즈니스를 하려면 스마트폰 1위, 반도체 2위, 디스플레이 1위인 한국을 주요 공략지로 삼아야 한다"고 강하게 건의했고 결국 본사 수뇌부로부터 OK를 받아냈다.
바스프 뿐만 아니라 미국의 다우케미컬 등 최근 글로벌 화학소재 기업들은 ‘R&D 현지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신 회장은 “기존에는 기술유출 등을 이유로 본사에서 R&D를 하는 것이 대세였지만 그러다 고객사들의 요구 사항에 대처도 늦었고 새로운 소재나 제품 개발 속도도 늦을 수밖에 없다”며 “해외에 더 많은 생산 기지가 생길수록 공정과 기술의 통일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본사 차원의 R&D가 매우 중요해 진다”고 말했다.
바스프의 한국에 대한 특별 대접은 이 뿐만이 아니다. 올 1월 전남 여수에 가동을 시작한 연간 생산량 6,000톤의 ‘울트라손’ 공장도 마찬가지. 울트라손은 바스프의 특수 플라스틱인 폴리설폰의 브랜드. 220도의 고온에서도 견디며 충격에 강해 해수 담수화 필터, 항공기, 자동차의 오일펌프 피스톤, 혈액투석, 반도체 칩 트레이 등에서 금속 부품을 대체할 제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신 회장은 “바스프가 고기능성 플라스틱 중 하나인 슈퍼엔지니어링 플라스틱 공장을 독일 밖에 세운 것은 한국이 처음”이라며 “한국을 아시아 고기능성 플라스틱 시장의 거점으로 키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기능성 플라스틱은 세계적으로 매년 5% 이상, 아시아 지역은 7% 이상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바스프는 또 경기 안산에서 엔지니어링플라스틱 컴파운딩(혼합물) 공장을 가동 중인 한국바스프는 충남 예산에 내년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제2공장을 착공한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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