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개막하는 제10회 광주비엔날레의 참가 작가들이 확정됐다. 현대미술의 톱스타부터 패션 디자이너, 건축가, 영화감독, 무용가, 공연예술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39개국 100여명이 참가해 혁신과 실험의 난장을 펼친다. 2013년 베니스 비엔날레 영국관 대표작가였던 제레미 델러를 비롯해 현대미술에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는 얼스 피셔(스위스), 로즈마리 트로켈(독일), 코넬리아 파커(영국), 로만 온닥(슬로베키아) 등이 포함돼 있다.
20주년을 맞은 올해 광주비엔날레는 ‘터전을 불태우라’는 격렬한 주제를 내세우고 있다. 박제가 된 관습과 제도, 체제에 저항하고 도전하는 의지를 전통적 형태의 예술, 설치, 퍼포먼스, 뉴미디어, 영화, 연극, 음악, 건축 등 다양한 매체로 실천한다.
‘터전을 불태우라’는 제목은 쾌락과 파괴, 창조를 아우르는 중의적 선언이다. 제시카 모건 총감독은 “올해 비엔날레에서는 제목이 불러 일으키는 사운드나 움직임의 쾌락을 환호하는 면과 더불어 현 상태를 ‘불태우는’ 급진적인 정신을 아우른다”고 설명하면서 “자유롭고 열린 접근 방식을 통해 예술적인 혁신, 호소력, 저항의 힘이 살아 있고 잘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려 한다”고 밝혔다.
2002년부터 영국 런던의 테이트 모던 수석 큐레이터로 일하면서 동서양의 조화, 다양성, 융화 등의 메시지를 세계 미술계에 던졌던 모건 총감독은 이번 전시에도 남미 등 제3세계 작가들을 대거 끌어들여 현대미술의 스펙트럼을 확장한다. 광주 비엔날레에 처음 참가하는 작가가 90% 이상이다. 아시아 작가들이 절반 가량을 차지한다. 한국 작가는 22명(협업 2팀 제외)으로 도시 재개발, 국가 폭력, 노동 등 사회적 이슈를 비판적으로 해석한 작품을 선보인다.
9월 5일 개막 당일 현장에서 마주칠 첫 번째 충격은 제레미 델러의 전시관 외벽 설치작품과, 한국 현대사의 국가 폭력을 환기시키는 임민욱의 퍼포먼스가 될 전망이다. 델러는 거대한 문어의 공격으로 전시관 건물이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대형 배너로 올해 광주 비엔날레의 주제를 압축한다. 임민욱은 한국전쟁 당시 군이 경산 코발트 광산에서 자행한 민간인 학살 피해자들의 유골을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앞마당까지 차량으로 호송하는 장면을 항공 촬영으로 생중계한다. 유가족을 태운 버스가 광주에 도착해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피해자들과 만나 환대를 나누면서 상처를 치유하는 퍼포먼스도 함께 진행한다.
올해 광주비엔날레는 ‘터전을 불태우라’는 슬로건의 역동성을 구현하기 위해 몸을 직접 사용해서 표현하는 퍼포먼스가 많다. 전시관에 입장하는 것부터가 퍼포먼스다. 듀오로 활동하는 제니퍼 알로라(미국)와 기예르모 칼자디아(쿠바)의 ‘기질과 늑대’가 관객을 맞이한다. 각각 30여명씩 두 줄로 늘어선 사람들과 일일이 악수를 해야만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모건 총감독이 “한국에서 발견한 놀라운 예술가”라고 감탄해 마지않는 정금형은 ‘심폐소생술’이라는 도발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인간의 몸과 인형의 소통을 자신의 신체로 시도해온 그는 죽은 마네킹을 살리기 위해 완전 나체로 필사적인 몸짓을 계속하지만 실패한다.
세계적 권위의 인터넷 매체 아트넷은 최근 광주비엔날레를 세계 5대 비엔날레로 꼽았다. 지난 20년 간 장을 거듭해온 광주비엔날레의 예술적 힘을 보여줄 올해 행사는 9월 5일부터 11월 9일까지 열린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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