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3일 9월 인천 아시안게임 참가를 발표하면서 그 의도를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전날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우리 함정을 겨냥해 포격을 가한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모습이기 때문이다. 언뜻 일관성 없이 오락가락하는 것으로 비치지만 이면에는 다양한 셈법이 깔려 있어 보인다.
북한은 아시안게임 참가를 통해 얻을 것이 많다. 아시아 전체 행사인 만큼 정상국가로서 북한 이미지를 제고하고 국제사회 일원으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다. 핵을 포기하지 않는 김정은 정권에 대해 대북 압박 수위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이번 참가 결정으로 북한이 원하는 대화 분위기로 상황을 변화시켜 나가는 물꼬가 트일 수도 있다.
스포츠 교류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의지를 부각시키는 효과도 있다. 북한을 옭아매고 있는 우리 정부의 5ㆍ24조치 4주년을 하루 앞두고 북한이 참가를 발표한 시점도 공교롭다. 5ㆍ24조치 완화나 해제를 요구하는 무언의 제스처로 볼 수 있는 부분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정은 체제가 경제건설에 주력해야 하는 상황에서 남북간 대결흐름이 지속되는 것에 대해 부담이 클 것”이라며 “핵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서라도 남북관계의 흐름을 바꿀 적절한 호재가 필요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을 향한 유화 메시지도 읽을 수 있다. 전통적 우방인 중국마저 핵 문제에 강경입장을 거듭 밝히며 북한과 등을 돌린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김정은의 방중도 기약할 수 없는 상태다. 특히 26일 왕이 외교부장의 방한을 앞두고 한중 양국의 대북공조가 한층 공고해지는 흐름에서 다급해진 북한이 먼저 성의를 보인 셈이다. 북한 내부적으로는 김정은 정권이 체육강국 건설을 강조해 온 만큼 선수들의 사기진작 차원에서 이번 참가를 결정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와 별개로 서해 NLL침범을 비롯한 남북간 군사적 긴장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일관되게 NLL을 부정하고 있는데다, NLL을 넘어온 북측 함정에 대한 우리 군의 경고사격을 놓고 선제공격이라고 강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요구가 들어질 만한 상황이라면 태도변화의 용의가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북한 고유의 방식으로 집요하게 도발을 계속할 가능성이 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의 혼란스런 행동을 우리의 관점에서 이상하게 볼 필요가 없다”며 “북한의 입장에서는 무력 도발과 스포츠 행사 참가 모두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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