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사업 안 돼” "유지비 충당"
2001년 9ㆍ11테러로 수천명의 인명이 희생된 미국 뉴욕의 월드트레이드센터 중앙에 9ㆍ11추모기념관이 새로 문을 열었다. 일반인 입장이 시작된 21일, 몰려든 수많은 방문객들이 엄숙한 분위기에서 그날의 아픔을 되새겼다.
8년 간의 공사 끝에 완성된 기념관에 들어서면 월드트레이드 센터를 받치고 있던 두 개의 철기둥과 함께 당시 수백명이 탈출에 이용했던 계단 등을 만날 수 있다. 지하에 마련된 2개의 전시실은 2만3,000개의 사진과 1만여 개의 유물, 2,000여 희생자 육성 기록 등을 갖추고 있다.
많은 이들의 관심 속 문을 연 9ㆍ11추모기념관은 최근 또 다른 문제로 구설수에 올랐다. 기념관 안에 들어선 기념품가게 때문이다. 기념관을 먼저 둘러봤던 유족들이 이 기념품가게에 대해 분노를 표한 것이다.
이곳 기념품가게에선 많은 종류의 물건들을 판다. 뉴욕소방관 뉴욕경찰 등의 마크가 있는 티셔츠와 모자, 쌍둥이 빌딩이 그려진 스카프, 경찰과 소방관을 상징하는 액세서리, ‘뭉치면 설 수 있다’가 쓰여진 담요 등과 함께 다른 기념품가게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머그컵, 마우스패드, 열쇠고리, 동물인형, 소방차 장난감, 휴대폰 케이스, 책과 DVD 등이 전시돼 있다. 심지어 개가 입을 뉴욕소방관 조끼도 사이즈별로 갖춰놓았다.
9ㆍ11로 아들을 잃은 다이안 허닝은 뉴욕포스트에 “내 아들이 죽어있는 곳에서 이런 영리적인 사업을 하다니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허닝 부부는 아직 아들의 시신을 거두지 못했다. 테러 이후 현장에서 거둔 8,000여 신원이 불분명한 사체는 함께 모아 이 기념품가게 옆 창고에 보관돼 있다. 허닝은 “이곳은 이름 모를 그들의 무덤이다. 그곳에서 저런 치졸한 물건들을 팔다니 정말 불쾌하다”고 말했다.
기념관 측은 이곳을 유지하기 위해선 일년에 6,300만달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유족들은 만만치 않은 입장료(성인 24달러)를 받으면서 기념품까지 팔아 수익을 남기려는 것은 자신들의 쓸데 없이 높은 월급을 채우기 위함이라고 비난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9ㆍ11추모기념관의 기념품가게 논란을 전하면서 다른 추모기념관의 기념품가게에선 어떤 물건을 파는지 소개했다. 유대인 대학살을 기억하기 위해 세워진 폴란드 아우슈비츠 기념관의 기념품들은 오로지 교육적인 것들로 책과 기념 CD, DVD, 포스터, 엽서 등이다. 티셔츠 등 패션 아이템은 아무것도 들여놓지 않았다. 원자폭탄이 투하돼 10만명 이상이 희생된 일본의 히로시마 평화기념관에도 기념품가게가 있다. 이곳에선 책과 평화를 주제로 한 문구가 새겨진 각종 기념품과 티셔츠를 판다. 프랑스의 1차대전 기념관에는 전쟁에 대한 책들이 주를 이루고, 포스터와 DVD, 간단한 비행기 모형이나 병정인형 들이 매대에 진열돼 있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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