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이사회 합의도출 실패
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싼 내홍을 봉합하기 위해 23일 국민은행 이사회가 긴급 소집됐으나 합의점 도출에 실패했다. 이사회는 다음주에 다시 회의를 열기로 했지만 구체적인 날짜도 정하지 못해 사태 수습이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국민은행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본점에서 긴급 감사위원회와 이사회를 열고 전산시스템 교체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에 대해 3시간여 동안 논의를 벌였으나 별다른 결론을 내놓지 못했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이건호 은행장과 정병기 상임감사위원이 제기한 시스템 변경과 관련한 리베이트 의혹과 유닉스(UNIX) 시스템의 문제점 등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의 압박 등으로 이날 이사회를 통해 이번 사태가 봉합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사외이사들과 이 행장ㆍ정 감사의 의견차가 여전해 내주에도 합의안 도출이 쉽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 행장은 회의 뒤 “이사들과의 갈등이 아니라 결론을 도출해 가는 과정으로 생각해 달라”고 말했지만, 실제 이날 회의에서 일부 이사들은 이 행장과 정 감사가 협의 없이 금융감독원 감사를 요청한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행장이 27일 감사위원회와 이사회를 다시 열자고 했지만, 이사들은 개인적인 일정 등을 이유로 날짜를 미루며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국민은행 노동조합은 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임영록 회장과 이 행장의 동반 사퇴를 촉구했다. 노조 측은 “각종 금융사고와 개인정보 유출 로 확인된 경영실패도 모자라 내부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고 외부로 표출한 것은 경영진의 무능력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며 “이번 갈등에는 관치 낙하산 인사들이 초래한 KB금융의 허약한 지배구조 문제가 내포돼 있는 만큼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더는 KB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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