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주 시인·극작가
생텍쥐페리의 소설 야간비행은 어린 왕자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고전 중 하나이다. 야간비행은 인간과 자연을 바라보는 생텍쥐페리의 따뜻하고 아름다운 세계관이 담겨있다. 어린 왕자 못지않게 야간비행은 특유의 서정적이고 동화적인 이야기로 보편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알려졌다시피 소설 야간비행은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중심으로 남아메리카의 우편비행사업에 직접 참가했던 작가의 체험을 바탕으로 쓰인 소설이다. 작가는 자신의 체험에 녹아든 경험을 통해 인간 정신의 극기와 행동에 대해 묻고 거기서 인간존재의 의의를 찾아보고자 한다. 이 작품의 주제라고 한다면 우리가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거대한 문제에 봉착했을 때 인간의 용기 의무, 어려움, 역경의 극복을 통해 확인되는 인간의 삶을 보여주는 것일 것이다.
야간비행은 목숨을 걸고 밤하늘을 나는 한 야간 비행조종사의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는 20세기 초 우편비행사업에 관한 하나의 역사적 스토리이기도 하다. 이 이야기는 조종사의 가족들을 통해 소식 없이 무언가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애틋한 마음을 잘 담고 있다. 주인공 파비앙의 비행기는 폭풍과 구름 밖에 있는 별과 달의 세계에서 지상과의 교신두절이 되면서 이 우편비행에 관한 이야기는 우리에게 새로운 세계를 펼쳐 보여준다. 극도의 긴장된 상황 속에서 동료애와 사명감 그리고 비행사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자연과 세계관 등은 이 작품만이 가지는 독특한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석양이 질 무렵 황금빛으로 물든 하늘을 파비앙은 남미의 파나고니에서 출발하여 부에노스아이레스를 향해 비행하고 있었다. 그러나 갑자기 악천후를 만나며 비행기는 난항을 겪게 되고 비행기는 통신두절 상태를 맞이한다. 비행은 아래로 곤두박질할 듯 하늘을 부유한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야간 우편항공 노선 개발의 책임자인 리비에르가 파비앙의 비행기를 비롯하여 칠레와 파라과이에서 올 3대의 우편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던 중 각지로부터 폭풍우에 관한 무선연락소식이 전해져 온다. 파비앙의 비행기 역시 연락이 끊겼다는 것을 확인한다. 지상은 이제 길고 긴 기다림의 시간이 시작된다. 라비에르는 책임자로서 비행기가 의무를 다하고 돌아오기를 바라고, 가족들은 그가 무사히 귀환하기만을 바란다. 시간이 지날수록 파비앙의 비행기는 궤도를 알 수 없게 된다. 사람들은 발을 구르기 시작하고 남편의 도착이 늦어지자 파비앙의 부인은 비행장 사무소를 찾아와 안절부절 못해한다. 동료들도 안타까워하며 파비앙의 무사귀환을 기다리지만, 소식은 없다. 여기서 이야기에는 충돌과 갈등이 자리한다. 우편비행사업 총괄자인 라비에르는 이 세상에는 인간의 생명보다도 더욱 중요하고 가치 있는 것이 있다고 믿는 사람이고 악천후에도 불구하고 비행업무를 늘 진행해 왔다. 그것이 그의 사명감이기 때문이다. 라비에르가 자신의 감정을 속이면서도 주위 사람들에게 사명감으로 인해 인정이 없는 사람처럼 보이려고 애쓰는 모습을 통해 독자는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된다. 과연 인간에게 사명감이라는 것은 무엇이며 소식이 끊긴 가족을 기다리는 마음이라는 것이 얼마나 간절한 것인지를 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결국, 라비에르는 파비앙의 귀대와 상관없이 남아 있는 두 비행기의 출격을 다시 명령한다.
이야기는 파비앙의 편으로 다시 시작된다. 파비앙은 어둠 속에서 폭풍우와 사투를 벌이는 중이다. 그는 폭우와 번개가 지나가는 두려움을 맞는다. 그리고 한순간 우주의 세계와 아름다움을 맞이한다. 파비앙은 자신이 어느덧 별과 달의 궤도까지 온 것을 확인한 것이다. 그리고 그는 무사히 귀환한다. 우편기가 부에노스아이레스 공항을 향하여 어둠을 뚫고 비행해 오고 있다. 멀리 그를 애타게 기다린 동료와 가족들이 보이고 라비에르의 내면이 그것들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우편비행사업은 어떤 폭풍우와 난항 속에서도 또다시 계속되어야만 한다. 파비앙은 또다시 비행기를 띄워야 할 것이다. 아마 인간이 존재하는 한 이 지상의 기상은 악천후가 끝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