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손쉽게 그것도 아주 많이 돈을 번다. 검찰청을 제 집 드나들 듯하며 검사들을 만나 자신이 맡은 사건에 대해 이야기한다. 현직 후배 검사와 통화할 때는 여전히 상관인 것처럼 행세한다. 학연과 지연, 근무 인연 등을 구실로 정기적으로 선후배 검사들을 만나 술과 식사를 대접하고 골프도 친다. 수사 비용이나 회식비 명목으로 후배 검사나 직원들에게 금품을 건네기도 한다.”
법조계에 오래 몸 담았던 지인이 들려준 말이다. 더 충격적인 내용이 많았지만 수위를 낮춰 적었다. 놀라운 것은 그가 이런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했다는 점이다. ‘서초동 문화’는 원래 이렇다는 식으로 말이다. 그는 끝으로 이런 말도 했다. “관피아(관료 마피아)니 모피아(재무관료 마피아)니 해피아(해양수산부 마피아)니 떠드는데 사실 가장 폐해가 심한 것은 ‘검피아’(검찰 마피아)가 아닐까.”
김진태 검찰총장이 21일 관피아로 불리는 민관(民官) 유착 비리를 척결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김 총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을 잘 파악한 듯 전국의 모든 특수검사들을 관피아 수사에 동원할 태세다. 실제로 전국 18개 지방검찰청에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해 정부 업무를 대행하는 민간협회 및 산하기관에 취업한 퇴직 관료와 현직 공무원간의 부패사슬을 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수사 대상은 선박과 철도, 원전, 안전기관, 방산, 금융, 해운, 소방, 세무, 경찰, 식품 등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있다.
김 총장의 수사 방향이나 의지를 평가절하할 생각은 없다. 대의(大義)를 위한 일이라니 수사 과정에서 미숙함이 드러나도 아마 여론의 지지를 받을 것이다.
하지만 전ㆍ현직 간의 유착 근절이 수사의 테마라면 가장 고질적이고 폐해가 심각한 곳은 바로 검찰이라는 지적도 엄존한다. 사법연수원 기수에 따라 상명하복 질서가 철저히 자리잡은 곳, 선후배 관계가 학연과 지연 등 온갖 연줄로 얽혀있는 곳이 검찰이다. 그런 문화는 퇴직 후에도 이어져 전관예우의 폐해도 가장 심각하다. 퇴직 관료들의 활동 무대가 협회나 기관이 아닌 변호사 사무실이나 로펌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국세청의 한 인사는 “검찰이 자기 반성이나 쇄신 의지는 밝히지 않고 다른 기관만 범죄집단으로 몰아 잡겠다는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검찰을 향해 “너나 잘하라고 말하고 싶다”고도 했다. 김 총장이 공언(空言)이라도 “검찰과 전관 사이의 악습을 뿌리 뽑겠다”고 밝혀야 하지 않을까.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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