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구명조끼 챙겨야 해.” 침몰하는 세월호 안에서 안산 단원고 전수영(25) 교사는 남자친구와의 마지막 전화 통화에서 제자들 걱정만 했다. 끝내 주검이 돼 돌아온 전 교사가 22일 그토록 지키고 싶어한 제자들 곁으로 떠났다.
이날 오전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영결식을 마친 뒤 고인을 실은 차량이 안산시 고잔동 단원고 안으로 들어서자 운동장에서 기다리던 200여명의 학생과 교사들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고인의 영정이 담임을 맡았던 2학년 2반 교실을 거쳐 교무실로 이동하는 동안 역시 교사였던 어머니 최모(51)씨는 가슴을 치며 통곡했다. 빈소에서 슬픔을 억눌렀던 아버지도 딸이 쓰던 책상을 어루만지며 눈물을 떨궜다. 산업통산자원부 남북경협팀장인 아버지 전제구(54)씨는 사고 뒤에도 슬픔을 삼키며 1주일간 근무하다 뒤늦게 휴가를 내고 진도 팽목항으로 달려갔다.
학생들은 “선생님한테 꼭 전해 드려야 한다”며 전 교사에게 보내는 편지를 책상 위에 올려 놓았다. 과천외고 재학시절 전 교사와 단짝이었던 박혜윤(25)씨는 “‘선생님은 제가 본 사람 중 가장 천사 같은 분’이란 글을 보니 가슴이 미어진다. 과천에서 안산까지 먼 거리를 출퇴근하면서도 늘 ‘아이들 가르치는 게 참 행복하다’고 했던 친구였다”며 눈물을 훔쳤다.
전 교사의 시신은 지난 19일 선체 3층 식당 부근에서 수습됐다. 사고 당일인 지난달 16일 오전 9시 15분쯤 전 교사는 어머니가 전화를 하자 “배터리가 없으니 얼른 끊자”고 했고, 남자친구와의 통화도 “학생들 구명조끼를 챙겨야 한다”며 바로 끊었다. 이후 학생들에게 구명조끼를 챙겨주며 “빨리 나가”라고 소리쳤지만 정작 자신은 교사 객실이 있던 5층에서 학생들이 있는 아래 층으로 내려갔다. 고려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지난해 2월 임용고시에 합격하자 SNS에 올린 ‘항상 학생을 생각하는 선생님이 되겠습니다’란 다짐을 끝까지 실천한 것이다.
고인의 유해는 경기 화성시 효원납골공원에 안치됐다. 곁에는 학생들의 편지와 인형을 좋아했던 그를 위해 친구들이 마지막 선물로 준비한 토끼 인형이 함께 놓였다. 안치함 밖에는 세월호 참사로 숨진 단원고 학생의 아버지가 가져온 꽃 한 송이가 걸렸다. 아버지는 “아들 대신 선생님께 바치는 카네이션입니다”라고 했다. 유해 안치가 끝나고도 한참을 떠나지 못한 전 교사의 어머니는 힘겹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네가 그렇게 좋아했던 아이들하고 같이 갔으니 이제 맘껏 가르치고 같이 놀면서 잘 지내, 내 딸아.”
김창훈기자 chkim@hk.co.kr
김민정기자 mjkim7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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