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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19번째 군쿠데타... 탁신 몰락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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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19번째 군쿠데타... 탁신 몰락하나

입력
2014.05.23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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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군부가 쿠데타를 선언한 22일 태국 군인들이 경계를 서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태국 군부가 쿠데타를 선언한 22일 태국 군인들이 경계를 서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태국 군부의 22일 쿠데타로 정부 찬반세력으로 나뉘어 6개월 동안 극한갈등을 빚어온 태국 정국이 큰 전환점을 맞았다. 2001년 총선 승리 이후 군부를 포함한 기득권층의 견제와 권위주의 정권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10년 넘게 권력을 이어온 친나왓가(家)는 2006년 쿠데타로 탁신 전 총리가 쫓겨난 이후 다시 최대 위기를 마주하게 됐다.

군은 쿠데타 선언과 함께 헌법 효력 중지, 정부 해산 조치를 취했다. 반탁신파가 주도하는 상원은 그대로 남겼다. 나와툼롱 분송파이산 총리대행을 포함한 내각 구성원 전원에겐 새 권력기구인 국가평화유지위원회에 보고하도록 명령했다. 군은 또 야간(오후 10시~이튿날 오전 5시)통행금지령을 발표했고 정부 찬반시위대를 해산시켰다. 군은 앞으로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의 쿠데타 승인을 받아내고 과도내각 및 제헌의회를 구성하는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1932년 태국 입헌정치체제 수립 이후 19번째인 이번 군 쿠데타는 사실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다. 지난해 11월 잉락 친나왓 정부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반대시위가 시작된 이래 줄곧 중립을 견지해왔던 군부는 지난 15일 “무고한 민간인에 대한 폭력이 계속된다면 군이 평화와 질서 회복에 나설 수 있다”며 개입을 예고했다. 헌법재판소의 권력남용 판결로 실각한 잉락 친나왓 총리를 계승한 나와툼롱 분송파이산 총리대행이 19일 상원의 내각 퇴진 요구를 거부하자마자 이튿날 전역에 계엄령을 선포했고, 군부가 소집한 여야 제정파 협상이 공전한 지 이틀 만에 권력을 장악했다. 대화 중재를 사태 개입의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그에 필요한 시간을 주지 않은 것이다.

군부 개입을 주도한 프라윳 찬-오차 육군참모총장은 군내 대표적 왕당파이자 반(反)탁신 강경론자로 알려져 있다. 탁신 축출로 이어진 2006년 군 쿠데타 이후 고속승진한 그는 2010년 친탁신 진영의 ‘방콕 대시위’를 앞장서 진압했다. 군의 발포로 91명이 사망한 유혈 진압 직후 푸미폰 국왕은 그를 참모총장으로 승진시켰다. 지금의 반정부시위를 이끌어온 수텝 터억수반 전 부총리도 당시 프라윳의 강경 진압 주장을 거들었던 인물이다. 이번 쿠데타가 사실상 친나왓 정권의 등장 이전까지 기득권을 지켜왔던 태국 왕실-군부-정치엘리트층의 담합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농민 및 빈민층의 절대적 지지에 힘입어 10년 넘게 권좌를 지켜온 친나왓 가문은 이번 쿠데타로 실권 위기에 몰렸다. 친나왓 정권이 군 쿠데타로 무너진 것은 처음이 아니다. 2005년 총선에서 태국정치 사상 처음으로 단독 과반의석을 얻으며 집권 2기를 맞았던 탁신 총리는 이듬해 탈세ㆍ부정선거 의혹을 받으며 군 쿠데타로 쫓겨났다. 하지만 탁신 세력은 이후 총선에서 잇따라 승리하며 2011년 재집권에 성공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경찰 공무원 출신의 정보통신 재벌로 여러 면에서 전통적 기득권층과 불화해온 탁신 정권은 의료보험정책, 부채탕감ㆍ쌀수매 등 농촌부양책을 앞세워 동북부 및 북부 지역에서 탄탄한 지지층을 확보했다.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 같은 친나왓 정권의 통치방식은 행정부 권한을 강화한 1997년 민주헌법 개헌과 맞물려 오랫동안 권력을 유지하는 원동력이었다.

군부는 향후 친탁신파의 재집권을 제도적으로 봉쇄하는데 초점을 들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군부가 새 헌법 제정 과정에서 총리를 임명직으로 전환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레드셔츠 시위대를 포함한 친탁신 세력은 조속한 총선 실시를 요구하며 복권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군부가 강경진압에 나설 경우 태국 정국은 4년 전처럼 다시 유혈사태에 휩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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