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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회 선거 돌입… 팍팍해진 삶에 “반 EU" 극우세력 약진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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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회 선거 돌입… 팍팍해진 삶에 “반 EU" 극우세력 약진 예고

입력
2014.05.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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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억8200만명이 의원 751명 선출 22~25일 4일간 국가별로 진행

영국 영국독립당·네덜란드 자유당

프랑스 국민전선 등 국수주의 자극

우크라 사태 위기 의식도 한몫

단일 정치그룹 과반 확보는 힘들어

제3세력인 자유민주당그룹이

캐스팅보트 쥐고 영향력 끼칠 수도

21일 독일 헤겐 주 비스바덴에 모인 정치인, 운동선수 등 유명인사들이 '나는 유럽연합(EU)에 투표한다'라고 쓰인 대형 현수막 위에서 22~25일 실시되는 유럽의회 의원선거 참여를 촉구하고 있다. 비스바덴(독일)=EPA 연합뉴스
21일 독일 헤겐 주 비스바덴에 모인 정치인, 운동선수 등 유명인사들이 '나는 유럽연합(EU)에 투표한다'라고 쓰인 대형 현수막 위에서 22~25일 실시되는 유럽의회 의원선거 참여를 촉구하고 있다. 비스바덴(독일)=EPA 연합뉴스

인도 총선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의 민주주의 선거가 시작됐다. 유럽연합(EU) 소속 28개 회원국 5억여 EU시민들이 5년간 EU를 위해 일할 일꾼을 뽑는 유럽의회 의원선거가 22일 영국과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나흘 간 이어진다. 유럽의회 의원선거는 유럽이사회 유럽집행위원회 등 EU를 구성하는 7개 공식기구 중 유일하게 직접 선출하는 선거이기도 하다.

3억8,200만 유권자 EU의원 751명 선출

유럽의회 의원선거는 1979년 처음 시작돼 당시 9개 회원국에서 의원정수인 410명을 선출했다. EU가입국이 차츰 늘어나 5년 전 7대 선거에서는 736명을 뽑았고, 지난해 크로아티아가 새로 EU에 가입하면서 의석수는 더 늘었다. 이번 선거에서는 EU의 헌법이나 다름없는 리스본조약이 2009년 12월 발효함에 따라 이 조약에서 합의한대로 의장(1명)을 포함해 모두 751명을 선출한다.

리스본 조약은 인구 규모를 바탕으로 각 회원국에 의석수를 할당했다. 먼저, 인구가 적은 나라라도 최소 6석, 인구가 많은 국가라도 최대 96석을 넘지 않도록 정했다. 이에 따라 몰타(41만), 룩셈부르크(50만), 사이프러스(80만), 에스토니아(134만)는 최소인 6석을, 인구가 가장 많은 독일(8,180만)은 전 선거보다 3석이 줄어들었으나 유일하게 최대인 96석을 배정받았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 23개 회원국은 인구 체감비례원칙에 따라 배분했다. 체감비례원칙이란 인구가 많은 국가가 인구가 적은 국가보다 의석 수를 많이 배정받기는 하지만 엄격한 인구비례를 적용할 때보다는 인구가 적은 국가에게 상대적으로 많은 의석을 배분하는 방법이다. 이에 따라 프랑스 74석, 이탈리아ㆍ영국 73석, 스페인 54석, 폴란드 51, 네덜란드 26석, 벨기에ㆍ체코ㆍ그리스ㆍ헝가리 21석 등으로 배정됐다.

유권자는 3억8,200만명이다. 이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에 기표하는 정당명부식 비례대표 방식에 따라 투표한다. 오스트리아, 벨기에, 덴마크, 네덜란드, 폴란드, 스웨덴, 핀란드 등에서는 정당은 물론 선호하는 후보자까지 선택할 수 있다. 각 국 정당들은 후보자 명부를 사전에 공개하고, 유권자는 정당의 정강과 정책을 토대로 투표한다. 의석을 확보한 정당은 비슷한 이념과 성향을 가진 다른 회원국의 정당과 연합한 정치그룹을 형성해 유럽의회에서 의정활동을 펼친다. 정치그룹으로 인정받고 교섭단체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EU회원국 25%(7개국)이상에서 의원 26명 이상이 참여해야 한다. 비슷한 성향을 가진 각국 정당은 이미 정치그룹을 구성해놨다. 중도우파 계열은 유럽국민당그룹(EPP), 중도좌파 계열은 유럽사회당그룹(PES), 중도파 계열은 자유민주당그룹(ALDE), 극좌파 계열은 유럽통합좌파그룹(EUL-NGL), 환경주의 계열은 녹색당그룹(Green-EFA)이다.

유럽의회 의원선거는 한편으로 각국 정부의 중간 평가 성격도 가진다. 그래서 각국 주요 정당은 유럽 차원의 정책 및 공약을 제시하기 보다는 자국 시민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국내 이슈를 중심으로 선거 캠페인을 전개하는 경우가 많다.

투표기간은 22일부터 25일까지다. 투표일은 당초 6월 5일부터 8일까지로 예정됐으나 대표적 가톨릭 축제인 오순절과 겹쳐 2주 앞당겨졌다. 각 회원국은 법규와 관행에 따라 투표기간 중 선거일을 선택해 투표한다. 22일은 영국 네덜란드, 23일은 아일랜드 체코, 24일은 사이프러스 슬로바키아 라트비아 몰타 등 8개국, 25일은 나머지 회원국이 선거를 치른다. 체코(23~24일), 이탈리아ㆍ프랑스(24~25일)는 이틀 간 진행한다. 단, 개표결과는 동시에 발표해야 한다. 유권자들이 투표가 이미 종료한 회원국의 개표 결과에 영향 받는 것을 피하고, 자유선거 원칙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유럽의회 주요 정치그/2014-05-22(한국일보)
유럽의회 주요 정치그/2014-05-22(한국일보)

극우파 약진과 우려

이번 선거에서 극우주의의 약진이 점쳐진다. 22일 가장 먼저 선거가 시작된 영국에서는 극우정당인 영국독립당(UKIP)의 최다 득표율 달성 여부가 관심사다. 영국에서 공론화된 EU탈퇴 문제를 파고든 영국독립당은 지난달 영국 선데이타임스 여론조사에서 31%의 지지율을 얻어 노동당(28%), 보수당(19%)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그러나 최근 독립당 소속 후보들이 잇따라 인종차별 발언으로 비난을 자초해 지지율이 예상보다 저조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6명을 선출하는 네덜란드에서도 극우파의 선전이 예상된다. 공공연히 EU 탈퇴와 유로화 사용 중단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극우 정당인 자유당(PVV)의 헤이르트 빌더스 당수는 “네덜란드가 EU 회원국으로 인한 부담에서 벗어나고 유로화를 포기하면 앞으로 20년 사이에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만유로(약 1,450만원)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지방선거에서 극우세력이 약진한 프랑스에서도 마찬가지다. 15일 프랑스 일간 르몽드 보도에 따르면 반이민, 반EU, 민족주의를 앞세운 국민전선이 24%를 얻어 우파 야당인 대중운동연합(23%)과 집권 여당인 사회당(17%)을 제치고 1위를 달렸다. 실업률 상승과 이민자 증가 등으로 유럽통합에 부정적 여론이 높은 점 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EU의 금융 지원을 받은 그리스, 스페인 등 남부 유럽 국가에서도 EU의 긴축정책에 반발하며 극우 정당이 지지도를 높이고 있다.

극우주의가 우세한 이유는 2008년부터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와 경기침체 여파로 먹고 살기 힘들어진 탓이 크다. EU회원국들은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사회복지 혜택 및 연금을 축소하는 등 긴축정책을 실시해 왔다. 시민들은 생활여건 악화로 삶이 팍팍해지자 EU에 대한 반감이 커졌다. 이 같은 변화는 국수주의 정서를 불러일으켜 극우 정당이 부상하는 토대를 만들어줬다.

최근 러시아의 행보도 극우파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국제사회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합병하며 80%를 넘는 지지율을 보이면서 힘을 합친 유럽을 무기력하게 만들었고, 이에 극우파가 자극을 받았다는 것이다. 김시홍 한국외대 현대경제연구원-EU센터 소장은 “EU의 잘못된 선택으로 푸틴 대통령을 찬양하는 극우파가 영향력을 행사하면 국제 정치와 안보질서가 바뀔 수 있다”며 “푸틴이 21일 (주 고객인 유럽을 놔두고) 중국과 가스협상에 나서 성사시킨 것을 보면 유권자들이 더욱 위기 의식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단일 그룹 과반 확보 어려울 듯

하지만 단일 정치그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극우 정당들도 반EU 정서를 공통적으로 갖고 있지만, 이민문제 등 다른 이슈의 경우 자국민을 지지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입장이 서로 다르다. 역대 선거에서도 어느 한 정치그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한 적은 없다.

여론조사로 살펴본 현재까지의 판세도 마찬가지다. 여론조사기관 폴워치가 이달 실시한 조사결과, 중도우파인 유럽국민당그룹(EPP)이 222석, 중도좌파인 사회당그룹(PES)이 209석을 차지해 선두 경쟁을 벌일 것으로 나타났다. 어느 그룹도 과반을 차지하지 못할 경우 제3 세력인 자유민주당그룹(ALDE)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집행위원장 선출 등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끼칠 수도 있다. 정치분석가들은 극우세력이 25% 안팎의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유럽의회의 권한 강화와 투표율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유럽의회는 각국 국회와 달리 법률 발의 권한이 없고, 입법안을 논의ㆍ채택하는 권한만 갖고 있다. 유럽의회 권한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지적과 집행위원회 등이 있는 브뤼셀에서 중요 결정사안을 좌지우지한다는 비판에 따라 EU는 그 동안 유럽의회의 권한을 꾸준히 강화해 왔다. 2009년 발효된 리스본조약에 따라 이번 선거로 구성되는 8대 의회는 EU집행위원회와 공동 결정하는 분야가 확대됐다. 협의만 가능했던 농수산, 사법, 이민정책이 등이 공동결정 사항에 포함돼 의회가 거부권을 행사하면 폐기될 수 밖에 없다. 또 유럽이사회가 유럽의회 선거결과를 고려해 EU집행위원장을 추천해야 한다. 유럽 정치권에서는 “유럽의회 선거에 무관심했던 유권자들도 표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극우파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됨에 따라 유권자들의 관심이 높아져 역대 최저를 기록한 지난 선거보다는 투표율이 올라가지 않겠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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