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 대부분 강남 3구서 보내
"은마 재개발 해결" 요구에
"도심형 클러스터 조성" 제시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장 후보는 22일 0시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하자마자 서울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으로 달려갔다. 역사 내 소화전과 구호용품을 열어 안전점검 일자 등을 꼼꼼히 확인한 뒤, 시민들과 함께 지하철을 타고 성수역까지 이동했다. 공식 선거운동 첫 일정으로 지하철역을 찾은 것은 이달 2일 지하철 2호선 추돌사고 이후 안전에 민감해진 시민들을 염두에 둔 것이다.
박 후보는 귀갓길 시민들에게 “지난번 지하철 사고로 불안하지 않느냐”고 묻는 등 시민들의 불편을 경청했다. 한 시민이 “불안하지 않다”고 답하자, 박 후보는 “사고 기억은 쉽게 잊혀지지만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된다”며 “지난 사고로 많이 반성하고 큰 교훈을 얻은 만큼 다시 시장이 되면 더 안전한 지하철을 만들겠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이후 새벽 1시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을 방문, 119센터를 방문하고 시장 상인들을 격려했다. 박 시장은 “서울시민의 먹거리 안전을 챙기기 위해 가락시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박 후보가 은평구 시장공관으로 돌아가 쉴 수 있었던 시간은 불과 세 시간 정도였다. 박 후보는 이날 아침 6시 선거운동을 위해 공관을 나서면서 “선거운동이라기 보다 시장 업무의 연장선으로 느껴진다”며 “당선도 중요하지만 시민들과 소통하며 함께 서울의 미래를 고민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과 중에는 철저히 ‘강남 공략’에 집중했다. 오전 8시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출근길 인사를 시작으로 이날 일정 대부분을 강남ㆍ서초ㆍ송파 등 ‘강남 3구’에서 진행했다. 진성준 캠프 대변인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강남 3구에서도 박 후보 지지가 높게 나오고 있다”고 귀띔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전 민주당(새정치연합 전신) 한명숙 후보가 강남에서 밀려 오세훈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후보에게 0.6%포인트 차로 석패한 경험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였다.
이미 3무(無) 선거(유세차ㆍ세력 동원ㆍ네거티브)를 선언한 박 후보는, 유세차나 조직원 동원은 물론 어깨띠를 두르거나 명함을 건네지도 않는 등 일반 시민과 다를 바 없는 차림이었다. 소매를 반쯤 걷은 연한 하늘색 셔츠 차림에 등산화를 신고 배낭을 맨 채 시민들과 강남 거리를 걸으며 스킨십을 나누는데 주력했다. 선릉역 부근에서 일부 시민들은 처음엔 배낭을 맨 박 후보를 못 알아봤지만 이내 알아채고 사진촬영을 요청하는 모습도 자주 보였다. 박 후보는 식당 홍보에 나선 상인들과 함께 홍보 피켓을 들고 “요즘 식당도 안 되는데 식당도 살립시다”고 외쳐 시민들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개발’을 요구하는 민심에도 직면했다. 대치동에서 만난 한 시민은 “은마아파트 재개발 문제를 빨리 해결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를 감안해 박 후보는 이날 영동권역(약 72만㎡)에 ‘도심형 MICE(회의ㆍ관광ㆍ컨벤션ㆍ전시회)클러스터’를 조성해 숙박ㆍ쇼핑ㆍ공연 시설을 대폭 늘리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박 후보는 오후에는 강남 3구 새정치연합 소속 구청장과 시ㆍ구의원 후보들과 마을 재래시장 등을 돌며 지원사격에 나섰다. 이후 퇴근길에는 송파구 신천역 주변 먹자골목에서 거리인사를 돌며 공식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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