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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월드컵... 초고화질로 TV시장 잡아라" 한중일 삼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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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월드컵... 초고화질로 TV시장 잡아라" 한중일 삼국지

입력
2014.05.22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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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UHD TV 시장 점유율. 자료: 디스플레이서치
글로벌 UHD TV 시장 점유율. 자료: 디스플레이서치

“이번 브라질 월드컵은 UHD(울트라) TV 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한중일 TV회사들의 격전장이 될 전망이다. 고화질(HD) TV에서 한국 회사에 밀렸던 일본 회사들이 공식 후원사라는 이점을 살려 총공세를 펼칠 것이며 중국 회사들은 보급형 제품으로 안방 시장을 점령할 기세다. 삼성전자, LG전자는 라인업 확대 카드로 점유율을 높일 것이다.”

국내 가전업계 한 관계자는 다음달 열리는 월드컵은 축구 국가대표팀의 성적도 중요하지만 글로벌 TV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미래를 좌우할 이벤트라며 이 같이 내다봤다.

UHD(Ultra High Definition) TV란 동영상 기준으로 화질이 830만 화소 이상인 초고화질 TV를 말한다. 풀HD TV(200만 화소)보다 화질이 네 배 이상 또렷하기 때문에 3D용 안경을 쓰지 않고도 3D 방송을 보는 듯한 체험이 가능하다. 특히 풀HD TV 대비 픽셀이 4분의 1 수준으로 미세화 되기 때문에 50인치 이상 대화면 TV에 적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의 자료에서도 한중일 TV제조회사들이 치열한 각축을 벌이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22일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1분기 전 세계 UHD TV 시장에서 점유율 21.6%(매출액 기준)로 1위에 올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까지 소니에 이어 2위였지만 올 들어 역전에 성공한 것. 소니는 5위(9.8%)로 밀렸다. LG전자도 8위에서 4위(10.6%)로 올라섰고, 2,3위는 중국 하이센스(16.0%)와 스카이워스(13.6%)가 차지했다.

폭풍성장

지금 글로벌 가전 업계의 화두는 누가 뭐래도 UHD TV이다. 지난달 터키 벨렉에서 열린 IFA 기자 간담회에서 “3D TV는 물 건너갔고, 그 자리를 UHD TV가 꿰찼다”는 터키 최대 가전업체 베스텔의 투란 에르도안 사장의 진단처럼 UHD TV가 대세임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UHD TV 시장 규모는 지난해 30억1,797만 달러에서 올해 127억3,800만 달러로 4.2배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TV 시장에서는 올해 6% 가까이를 차지할 것으로 점쳐지며 오는 2017년에는 그 비중이 25%(4대 중 1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가 지난해 유럽인 4,095명과 미국인 2,20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유럽인의 58%, 미국인의 55%가 2년 안에 새 UHD TV를 살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전자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TV의 교체 주기를 5~7년임을 감안하면 미국, 유럽 인구의 절반 이상이 새 UHD를 사는 것을 긍정적으로 본다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유일한 대안

사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UHD TV는 콘텐츠 부족, 관련 기술의 표준화 미비, 가격 경쟁력 열세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면서 시장이 꽃 필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였다. 세계 TV 시장에서 1위를 달리는 삼성전자나 지난해 8월 세계 최초로 UHD TV를 내놓은 LG전자도 UHD TV에는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글로벌 TV시장은 2011년 약 1,140억 달러(매출액 기준)를 정점으로 지난해 980억 달러까지 줄어드는 등 최근 2년 동안 역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때문에 시장을 다시 살리는 ‘불쏘시개’ 역할을 할 새 제품이 절실해졌고, UHD TV가 가장 현실적 대안으로 떠올랐다.

김갑호 교보증권 연구위원은 “스마트 TV, 아몰레드(AMOLED) TV 등 기대주들이 새로운 수요 창출을 못해줬다”며 “UHD TV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분석했다.

2009년 글로벌 경제 침체 이후 TV 회사들은 기존 제품은 가격을 내려 팔아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쓰고, 대신 새로운 프리미엄 제품을 가지고 1,2년 동안 외형을 키우는 식의 ‘투 트랙’ 전략을 써왔다. LED TV(2009년)→2010년 3D TV(2010년)→스마트 TV(2011년)→풀HD 아몰레드 TV(2012년) 등 새로운 개념의 TV들이 해마다 등장했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위원은 “아몰레드 TV는 가격 경쟁력과 해상도 등 풀지 못한 숙제들이 있고, 애플리케이션 활용 등 소프트웨어를 강화한 스마트 TV는 몇 만원이면 일반 TV를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 TV로 사용할 수 있게 해 주는 장치인 HDMI 동글의 등장으로 쉽지 않은 싸움을 해야 한다”며 “결국 하드웨어 본연의 기능의 충실한 UHD TV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더구나 TV 제조비용의 절반을 차지하는 LCD 패널의 경우 UHD TV용 패널은 기존 풀HD TV와 똑같은 공정을 통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새로운 설비를 위한 투자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어 가격 경쟁력 면에서도 매우 유리하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한중일 삼국지

지난해 하반기 UHD 열풍이 시작된 곳은 중국. 중국 업체들이 값싼 LCD 패널을 넣은 저가형 TV를 쏟아냈고 ‘초대박’을 터뜨렸다. 현재 중국의 가전매장에 전시돼 있는 TV의 60~70%를 UHD TV가 차지할 정도이다.

하지만 사실 중국산은 ‘반쪽 UHD TV’이다. 원래 입력 영상과 출력 영상 모두 UHD급이어야 하지만 중국 제품은 입력만 UHD급이고 출력은 기존 풀HD급이다. 하지만 중국 업체들의 저가형 UHD TV 물량 공세는 시장에서 먹혔고, 중국 업체들의 중국 시장 점유율(판매대수 기준)은 80%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조사기관 Gfk의 위르겐 보이니 소비자가전 글로벌 이사는 “올해 전 세계 UHD TV 판매량은 910만대로 이중 70%에 이르는 600만대가 중국 시장에 집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팔린 UHD TV가 160만대였음을 감안하면 중국 시장의 성장 속도는 엄청나게 빠른 것.

소니, 파나소닉 등 TV 시장 왕좌를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에 내준 일본 업체들은 콘텐츠 제작 능력과 장비 기술력을 앞세워 UHD(4K)TV 시장을 왕좌 회복의 기회로 삼고 있다.

특히 소니는 프리미엄 제품을 앞세워 중국의 프리미엄 시장과 선진국 시장을 선점해 지난해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송지영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몇 년 전부터 일본 TV제조 회사들과 대학, 민간 연구소가 손을 잡고 ‘궁극의 TV’라는 주제로 활발하게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며 “UHD(4K)를 넘어 2016년 8K 시험방송을 통해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목표”라고 말했다. 일본 공영방송 NHK는 2012년 5월 세계 최초로 UHD 공중파 실험방송을 끝냈고, 이번 브라질 월드컵 16강, 4강, 결승전 3개 경기를 UHD로 촬영, 제작키로 했다.

삼성전자, LG전자는 프리미엄 제품부터 보급형까지 라인업을 다양화 하는 전략으로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높여가고 있고, 올 1분기에 UHD 시장 점유율을 단숨에 회복해 1위(삼성전자), 4위(LG전자)에 올랐다.

이들은 또 월드컵을 맞아 축구에 특화된 UHD TV를 내놓으며 중남미 시장 선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들 TV에는 잔디 색감과 관중 응원소리 등 현장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달하는 영상, 음향 기술이 들어있고, 축구 경기와 관련된 정보 등 다양한 콘텐츠가 들어있다.

넘어야 할 산

UHD TV가 침체된 TV 시장을 살리는 스타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폴그레이 디스플레이서치 이사는 “태블릿 PC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일반 가정의 TV 구매 욕구가 떨어지고 있다”며 “TV를 바꿀 시기가 오더라도 갈수록 새 TV로 바꾸는 비율은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대영 산업연구원 연구원도 “아날로그 TV시대에서 디지털 TV 시대로 넘어가는 것처럼 의무적으로 TV를 바꿔야 하는 경우가 아닌 이상 선명한 화질만 가지고 소비자들에게 새 TV를 사야겠다고 마음을 먹겠다는 요인이 부족하다”며 “UHD TV가 어느 정도 성장은 하겠지만 TV 시장 전체를 일으켜 세우기에는 힘이 부친다”고 말했다.

껍데기(TV)를 채울 알맹이(콘텐츠)의 부족도 문제로 꼽힌다. 제 아무리 훌륭한 TV가 있어도 콘텐츠가 없으면 그 효과는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는 노릇. 현재 UHD TV 만을 위한 콘텐츠는 영화를 빼고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수준이다.

지난달 10일 CJ헬로비전, 티브로드, 씨앤앰, 현대HCN 등 케이블방송사(MSO)들이 손잡고 케이블 VOD 콘텐츠 보급회사인 홈초이스를 통해 UHD 전용채널인 ‘유맥스(U-MAX)’를 개국했다. ‘세계 최초의 UHD 상용화’라지만 4시간 분량의 콘텐츠를 매일 다섯 차례 재방송하는 수준이다.

때문에 정부, TV를 만드는 가전업계, 지상파ㆍ케이블 방송사 들이 콘텐츠 제작과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케이블 TV업체들과 UHD 케이블 TV 방송을 볼 수 있는 스마트TV 앱 개발에 나섰다. CJ헬로비전을 포함한 케이블 TV업계는 UHD 콘텐츠와 방송 인프라 등 UHD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2017년까지 6,5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해외 콘텐츠 업체와 협력도 적극적이다. 삼성전자는 20세기폭스사, 파라마운트 등 할리우드 영화제작사와 손잡고 UHD 영화ㆍ다큐멘터리 등을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에 담은 ‘UHD 비디오 팩’을 3월 출시했다. 또 삼성 스마트TV의 ‘스마트 허브’ 사용환경(UI) 내 멀티미디어 패널에서 ‘UHD 비디오팩’ 추가 콘텐츠를 계속해서 내려 받을 수 있게 할 계획이다. LG전자는 넷플릭스, 폭스 등 글로벌 주요 콘텐츠 제공업체들과도 제휴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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