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등에서 각종 파일이나 데이터를 저장하는 차세대 저장장치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 최근 IT 업계 화두인 친환경적 빅데이터 시장 확대와 클라우드(가상 저장공간) 서비스에 필수적인 빠른 데이터 처리를 강점으로 갖고 있어서다. 낸드플래시 메모리 기반의 SSD는 기존 하드디스크(HDD)에 비해 전력 소모가 적고, 정보 처리 속도는 4배 이상 빠른 게 특징이다.
가격이 비싼 게 흠이었지만 생산 공정 개선으로 값이 크게 내려간 대신 저장 용량은 더 늘어나면서 일반 데스크톱과 노트북에 탑재됐던 HDD까지 교체하는 일반 사용자들도 늘고 있을 정도다.
실제 SSD 평균 가격은 용량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지난 2011년 비해 현재 4분의 1수준까지 떨어진 상태. 기업간거래(B2B)는 물론 기업과 소비자간 거래(B2C) 영역까지 영향력을 확대, SSD가 유망시장에서 본격적인 성장시장으로 바뀌고 있다.
22일 시장조사기관인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지난 2010년 22억8,700만달러(매출 기준)에 머물렀던 세계 SSD 시장 규모는 올해 100억 달러를 넘어선 데 이어 2018년엔 218억5,900만 달러까지 급증할 전망이다. 반면, 같은 기간 사이 HDD는 266억달러에서 228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 업체들의 경쟁 역시 뜨겁다. 2011년말부터 HDD 대신 SSD 시장에 주력해 온 삼성전자는 지난 2012년에 인텔을 제치고 처음으로 1위에 오른 이후 지난해에도 25.7%로 정상의 자리를 지켰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내에서 차지하는 SSD 비중도 2010년 1.6%에서 지난해엔 9.5%로 급증했다.
이달 초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준공을 완료한 삼성전자는 SSD 시장의 대량 생산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정확한 생산 능력을 밝히기는 어렵지만 국내 화성공장에서 생산됐던 양과는 큰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음을 시사했다. 삼성전자는 이를 바탕으로 올해 SSD의 매출 비중을 10% 이상으로 확대, 2위 업체인 인텔과의 격차도 더 벌려나가겠다는 복안이다.
후발 업체들의 추격전도 만만치 않다. SSD 세계 시장점유율에서 2위와 3위를 달리고 있는 인텔(점유율 18.4%) 및 샌디스크(점유율 14.7%)는 현재 주력하고 있는 소비자용에서 서버 등에 필요한 기업용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 또 다른 경쟁사인 일본 도시바(점유율 14.7%)의 경우엔 이와 반대로 현재 기업용에 집중된 제품을 소비자용까지 넓혀, 점유율 회복을 꾀하고 있다.
SK하이닉스 또한 올해 3분기 자체 개발 제품으로 SSD 시장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SK하이닉스는 SSD 시장 진출을 위해 앞선 2012년 미국 SSD의 핵심 부품인 컨트롤러 제조사(LAMD)를 인수하고 경쟁력 확보에 주력해왔다. 전문가들은 SSD의 잠재성장성을 감안할 때 시장 경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해영 정보통신진흥원 산업분석팀 책임연구원은 “아직까지 기술적인 문제로 SSD의 태블릿 PC 탑재는 미미하지만 그것도 시간 문제다”며 “모바일 기기까지 넓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SSD가 쓰임새를 고려하면 관련 업체들의 경쟁은 더 가열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고 내다봤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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