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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대학 구조개혁, 대학의 특수성 고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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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대학 구조개혁, 대학의 특수성 고려해야

입력
2014.05.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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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효숙/2014-05-21(한국일보)
황효숙/2014-05-21(한국일보)

황효숙 서울여자간호대학 초빙교수

조선 시대 중기 학자인 이수광의 지봉유설에는 맥 한번 짚어보지 못하고 죽어간 부인들의 원혼이 사무쳐 날을 가물게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죽음보다 무서웠던 내외법이 기승을 부리던 사회에서 남자의원으로부터 진맥을 받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태종은 1406년에 동녀 10명을 뽑아 맥을 짚고 침을 놓는 법을 가르치게 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간호사인 의녀(醫女)가 이렇게 탄생했다. 세종 때는 천자문 효경 정속편 등 기초 교육을 마친 동녀를 차출해 부인문(婦人門), 진맥(診脈), 명약(命藥), 점혈(點穴) 등 전문 교육을 해 숙련도에 따라 내의녀, 간병의녀, 초학의녀로 전문화했다. 성종 때 충치치료에 신통을 부린 제주의 장덕, 중종의 대비를 간병해서 낫게 한 대장금 등 의녀가 배출되었다.

근대적 의미의 간호 도입은 1886년 애니 엘리스가 제중원에 부임하면서부터이다. 미국 간호사 에스터 슐즈가 제복 제모를 입혀 수술을 돕게 했던 5명이 양의학 최초의 한국간호사다. 최초의 간호교육기관은 보구여관(保救女館) 간호원양성학교이다. 1903년에 간호학교를 개교하고 정규교육을 받은 최초의 한국인 간호사를 배출한 것은 1910년이다. 그 후 100년 동안 간호대학은 교육의 근본이념에 입각한 전문 간호사 양성에 기여했다. 특히 치료적 돌봄 관계를 통해 건강증진과 질병예방 등을 위한 과학적 간호실무 능력을 갖춘 여성전문직 일반간호사를 양성하는 데 집중해 왔다. 의녀로까지 뿌리를 소급하니 608주년이라는 유구한 간호사(史)를 자부하게 한다.

간호사 교육과 간호사 인력 확보 수준은 환자 안전에 직결돼 있다. 간호사 인력이 환자사망률과 욕창 등 건강회복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들이 많다. 간호사가 돌봐야 하는 수술환자가 1명 늘어날 때마다 수술환자의 사망 위험이 7%씩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를 비롯해 간호사 수를 줄일 경우 환자의 치료결과에 악영향을 미치는 상관관계를 규명했다. 이것은 간호사의 교육수준과 간호사 대 환자 비율이 환자의 생존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요인 중 하나라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다.

교육부는 2023년까지 9년 동안 대학입학 정원을 16만 명 줄이기로 했다. 대학의 양적 규모는 줄이면서 교육의 질은 높여 대학 경쟁력을 높이는 구조개혁 방안을 마련해 추진 중이다. 대학의 정원감축은 간호대도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하지만 현재 (보건의료 자원) 활동 간호사 수는 인구 1,000명당 4.7명으로 OECD 평균 8.8명보다 적다. 총 병상 수는 인구 1,000명당 9.6병상으로 회원국 5.0병상보다 많은 수준이고 이는 일본(13.4병상)에 이어 두 번째다. 간호인력의 역할은 초고령 사회와 만성질환으로 질병구조의 변화에 따라 확대될 것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25년이 되면 국내 간호사 수가 최대 3만 명 부족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간호사 인력난이 개선되지 않으면 동남아권 간호사를 수입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특히 이번 대학 구조개혁을 보면 그간 교육부가 추진해온 전문화된 간호인력 육성 정책과 배치되는 사례가 노정되어 우려된다. 일부 대학의 경우 비인기 학과를 간호학과와 의료관련학과로 통합하는 추세이다. 간호학과만 있는 간호전문대학에선 구조개혁 추진계획 비율에 따른 정원감축이 이뤄지는 데 반해 여러 개 학과로 구성된 대학에선 다른 학과 정원은 줄이는 대신 간호학과를 증원하고 있다. 이는 일반대 간호학과는 현행 정원의 유지가 가능하지만, 간호학과만 있는 간호전문대학 정원은 감축되는 역차별이 우려된다.

대학 입학정원 감축이 무리 없이 진행되려면 공정성과 공감이 선행돼야 한다. 대학의 특성이 반영되지 않고 일률적인 정원감축은 대학의 경쟁력과 자율성을 훼손할 뿐 아니라 학문의 균형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 학문의 특수성과 균형발전은 물론 지역과 대학의 특성을 고려한 정책 방향이 담보돼야 한다. 특히 간호전문대학은 지역과 대학의 특수성을 살려 특정분야에 집중하여 특성화할 수 있도록 육성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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