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이 뉴스에 개입했다는 보도는 없습니다. 5만명 촛불집회 침묵, 100명 넘는 시민들의 연행 보도도 없었습니다. 이제 공영방송이라고 TV 안 봐도 몰래 강제로 떼어 가는 수신료 거부합니다. 그래서 오늘 TV 버립니다.”
19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젊은 남성이 ‘KBS를 버립니다’라는 팻말을 들고 ‘TV 버리기’ 퍼포먼스를 펼쳤다. “길거리에 나와본 적이 없는 평범한 시민”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방준영(29)씨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KBS를 항의 방문했을 때 사과를 받지 못하고 청와대로 향하는 과정을 지켜 보면서 평범한 한 사람으로서 미약하지만 KBS에 대한 분노를 표출할 나름의 방법을 찾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씨는 앞서 14일 페이스북에 퍼포먼스 예고를 올리고 ‘좋아요’ 클릭 수 1만 건이 넘으면 TV를 KBS 본관 앞에 버리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공감한 이용자가 4만 8,000명을 넘어섰다. TV 버리기에 뜻을 함께하는 이들이 TV를 기증해 총 6대의 TV를 버리게 됐다.
공영방송의 위상은 시청자들의 분노를 통해서도 체감할 수 있다. 특히 세월호 참사 이후 KBS를 비롯한 일부 언론의 보도 공정성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언론개혁시민연대, 매비우스(매체비평 우리스스로) 등 시민사회단체 중심의 미디어 개혁운동을 넘어 시민이 주체가 돼 미디어의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박씨는 시민 모임 ‘세월호와 대한민국을 위해 행동하는 사람들’(세대행동)과 함께 2차 TV 버리기 퍼포먼스를 준비 중이다. KBS 지역방송총국에서 진행되는 TV 버리기를 동영상으로 연결하는 전국 단위의 행사를 계획 중이다.
세대행동은 풀뿌리 언론개혁 운동이다. 4월말 ‘세월호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이름으로 모였던 시민들이 세월호 참사 후 드러난 정부의 무능과 정권으로부터 독립성을 지키지 못한 왜곡보도에 대한 분노를 모아 결성한 커뮤니티다.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를 위한 개혁 등 3대 주제로 시민 요구사항을 정리해 선언을 준비하는 동시에 KBS 수신료 납부 거부 서명운동을 비롯한 언론 상대 문제 제기가 주요 업무다. 이미 1만5,000명의 KBS 수신료 납부 거부 서명을 받아냈다. 세대행동의 제안자인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 소장은 “국가재난주관방송인 KBS의 재난 보도는 방송 재난 그 자체였다”며 “국민이 내는 수신료로 운영되는 KBS가 국민의 눈과 귀가 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수신료 납부를 거부함으로써 국민적 의사를 명확히 보여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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