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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뛰는 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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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뛰는 월드컵

입력
2014.05.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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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5월, 칠레 남부에서 리히터 규모 9.5의 대지진이 일어났다. 파도높이가 무려 25m에 달하는 초대형 쓰나미가 칠레 해안을 강타하면서 2,400여 명이 사망하고, 부상자가 수만 명, 이재민이 수십만 명에 이르는 등, 대재앙이 발생했다. 상상을 초월하는 대재난은 국가적으로 엄청난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를 남겼다.

그러나 2년 뒤에 개최가 예정돼 있던 제7회 칠레월드컵이 좌절에 빠져 있던 칠레 국민들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계기가 됐다.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칠레 전 국민이 하나 된 마음으로 힘을 합쳐 나아간 것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대재난을 당하고도 다시 일어서는 용기와 의지를 보여준 국민들 덕분에 칠레 월드컵은 지금까지도 세계적인 스포츠 대회를 통틀어 ‘최고로 성공한 대회’로 회자된다.

월드컵은 세계 최고의 축구팀을 가리는 단순한 대회가 아니다. 축구공 하나가 국가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엄청난 경제적 부가가치를 가져다주는 것은 물론, 칠레의 사례처럼 국난을 극복하는 하나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역사상 가장 강력한 참여 열기를 이끌어낸 2002년 한일 월드컵의 거리응원이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지치고 좌절에 빠진 우리 국민들에게 큰 기폭제가 됐듯이 말이다.

브라질 월드컵이 2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32개국 본선 진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브라질 월드컵은 6월 13일(이하 한국시간)부터 7월 14일까지 약 한 달간 브라질 12개 도시에서 열린다. 우리는 가슴에 호랑이 마크를 단 국가대표 선수들이 승전을 위해 브라질을 누비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이번 홍명보호의 목표는 원정 8강 진출이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 ‘원정 16강 진출’을 달성했고, 여세를 이어 역대 최고 성적이 될 원정 8강 진출을 꿈꾸고 있다.

브라질은 축구의 나라다. 그 크고 넓은 브라질 땅 어디를 가든 공을 차고 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삼바와 축구로 상징되는 열정의 나라 브라질에서 우리 대표선수들이 넘치는 열정으로 최고의 성적을 거둘 수 있기를 희망한다.

정부는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 우리 선수들이 우수한 성적을 얻을 수 있도록 경기력 향상을 위한 다양한 지원을 해왔다. 그리고 세계인의 눈과 귀가 쏠리는 월드컵을 대한민국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기회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스포츠 분야에 대한 지원 외에도 K-팝의 인기로 관심이 부쩍 높아진 한국 문화와 관광에 대한 소개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월드컵을 계기로 남미의 땅에서 우리 한류가 더욱 확산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우리가 월드컵에서 기대하는 것은 좋은 성적과 국가의 브랜드 가치 상승만은 아니다. 월드컵에서는 지는 팀도 있고 승리하는 팀도 있다. 그러나 경기에서의 승패를 떠나 세계가 축구공 하나로 소통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러한 점에서 월드컵은 세월호 침몰 사고로 실의와 슬픔에 젖어 있는 국민들을 위로해주고, 새로운 힘을 불어넣어 줄 수 있다. 그게 월드컵의 힘이다. 안타까운 희생을 크나큰 교훈으로 간직하면서 월드컵을 통해 전 국민이 화합하고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 동력을 찾았으면 한다.

대한민국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온 국민의 하나 된 응원과 단결심으로 월드컵 4강 진출이라는 상상하지도 못한 결과를 이루어낸 경험이 있다. 우리의 가능성과 저력을 보았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부심을 느꼈고, 성숙한 시민의식에 우리 스스로도 놀랐다.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있는 지금, 우리 민족 고유의 정신력으로 긍정의 에너지를 창출하자. 지금이야말로 ‘스포츠의 힘’을 보여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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