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세월호 참사 유족들을 미행한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안산단원경찰서 정보과 형사들은 지난 19일 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세월호 유족들의 동태를 살피다가 발각됐다. 당시 유족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와 관련한 피해가족 회의에 참석하려고 진도 팽목항으로 내려가던 길이었다. 경찰은 유족들에 붙잡혀 추궁을 받자 “경찰이 아니다”고 거짓말까지 하다가 뒤늦게 시인했다. 말썽이 나자 경기경찰청장이 내려와 유족들에게 사과했으나 “보호하려 한 것이지 사찰이나 미행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유족들을 도우려 했다면 떳떳이 신분을 밝히고 동행했으면 될 일이다. 앞뒤가 안 맞는 해명이 유족들을 분노하게 한다.
경찰의 유족 정탐은 세월호 참사 이후 계속됐다. 안산 장례식장에는 사복 차림의 정보과 형사들이 줄곧 진을 치다가 유족들이 반발하자 철수했다. 일부 형사들은 진도 실내체육관 가족회의에 몰래 끼어들었다가 쫓겨나기도 했다. 새정치연합 김현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세월호 유족들의 동향 파악에 동원된 정보 경찰은 모두 1,7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당사자 동의 없이 민간인을 미행하거나 사찰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다. 안보와 범죄단속 등 명백한 목적이 없는 한 민간인을 뒷조사할 수 없다. 세월호 유족의 행동이 범죄나 안보관련 사안일 리 만무하다. 정권에 불리한 사안이 생기면 몰래 동향을 파악해 상부에 보고하던 과거 행태를 답습한 것이다. 오로지 정권 보위를 목적으로 한 비민주적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이명박 정부 때의 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을 겪고도 아직 정신을 못 차렸다.
정부의 무능한 사고 수습에 충격을 받은 유족들은 자신들을 범죄자 취급한 행태에 다시 상처를 받고 있다. 유족들은 “정부의 유족을 대하는 태도가 앞에서 얘기하는 것과 뒤에서 행하는 것이 완전히 다르다”며 분노하고 있다. 정부가 유족들에 대한 최소한의 인간적 예의조차 저버린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정부 차원에서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 책임자들을 엄히 문책하고, 유족에게 즉각 사죄할 일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