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일 정상 회담을 갖고 정보통신 기술이 국가 주권과 개인 사생활을 침해하는 데 이용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는 공동 성명을 내 놨다. 이는 미국이 전 세계를 상대로 광범위한 도감청을 실시하고 사이버 공격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해 중러가 사실상 연대해 비판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아시아 교류 및 신뢰구축회의(CICA) 정상회의 개최지인 상하이(上海)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양국 관계 강화 방안 및 국제 현안 등을 논의했다. 시 주석이 지난해 3월 취임한 뒤 푸틴 대통령과 만난 것은 이번이 7번째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양국이 전면적인 전략 협력 동반자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은 국제 평등주의 추진과 세계 다극화 발전을 위한 필연적인 선택”이라며 “실크로드 경제 벨트와 유라시아 횡단 철도 건설, 국경 지역 개발 개방 등을 통해 유라시아의 큰 길과 시장을 함께 누리자”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년은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및 중국인민항일전쟁 승리 70주년”이라며 “2차대전 승리의 성과와 전후 국제 질서를 지키는 데 힘써, 파시즘과 군국주의의 야만적 침략의 비극이 다시 되풀이되지 않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최근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 움직임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양국의 군사 협력은 매우 중요하며 마땅히 계속 강화돼야 할 것”이라며 “양국이 국제 무대에서 밀접하게 협력하는 것은 세계 평화와 안정을 지키는 데 중요한 요인”이라고 화답했다.
특히 양국은 공동성명에서 “현재 정보통신 기술 등이 국가 주권과 개인 사생활을 침해하는 데 이용되고 있는 데에 우려를 표한다”며 “국제 사회는 상호 존중과 평등 호혜의 기초 위에 정보 안전의 위협에 공동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신화통신이 전했다. 공동성명은 또 “국제사회가 보편 타당한 행동 규범과 민주적이면서 투명한 원칙을 제정해, 인터넷 정비 체계의 국제화를 도모하고 평화롭고 안전하며 개방적인 정보 환경을 건설하길 호소한다”고 촉구했다. 이는 미중의 사이버 갈등이 본격화한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러시아 언론은 양국이 다른 나라의 내정 간섭에 반대하며 일방적 제재 정책과 타국의 헌법질서 변경 활동을 지원하는 일을 중단할 것을 호소했다고 전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서방의 개입을 간접적으로 비난한 것으로 해석된다.
두 사람은 한반도 정세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두 정상은 오전 정상회담에 이어 오후에는 중러 합동군사훈련 ‘해상협력-2014’ 개막식에도 나란히 참석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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