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 기득권 유지 위해 각종 꼼수 쓸 수도 있어
관계 부처는 배제하고 민간 참여 TF 꾸려야
정부가 박근혜 대통령이 제시한 정부조직 개편작업을 안정행정부가 주도하도록 결정, 논란이 일고 있다. 세월호 참사 책임으로 징벌적 성격의 기능 분리 조치까지 당한 안행부에게 개혁 작업을 주관토록 한 것은 ‘범죄자에게 수사를 맡긴 격’이며, 기득권 유지를 위한 각종 꼼수로 정부조직 개편 효과를 무력화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안행부가 참여하지 않은 가운데 청와대나 총리실에 민간 전문가들만으로 별도의 태스크포스(TF) 팀을 꾸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20일 관계 부처 차관회의를 열어 박 대통령의 전날 담화 후속조치를 안행부가 주도적으로 나서 집행토록 하는 내용의 계획을 확정 발표했다. 27개 항목으로 구분된 계획에 따르면 안행부는 ▦현재 자신들이 보유한 안전ㆍ인사ㆍ조직 기능을 신설 부처에 넘기는 업무 ▦퇴직공직자 취업제한 확대 ▦전문성 지닌 헌신적 공무원 우대 ▦국가안전처 신설 및 인력 선발 등 주요 핵심업무를 모두 떠안게 됐다. 정부는 또 안행부 주도로 이뤄진 작업을 토대로 정부조직법과 공직자윤리법 등 핵심입법을 신속하게 준비해 내달 초까지 국회에 제출키로 했다.
정부 방침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해 당사자는 개혁작업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조직론의 기본 원리를 무시한 조치라고 지적한다. 이준우 한밭대 경영학과 교수는 “안행부가 조직개편을 주도할 경우 분리 이후에도 신설 조직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직ㆍ간접적 단서 조항을 남길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설령 안행부 개편안이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라도, 절차적 흠결이 부각될 경우 국회 통과나 국민적 동의를 받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다른 관계자도 “안행부는 동해안 폭설, 경주 리조트 붕괴 사고 직후 재해안전 매뉴얼을 정비하라는 청와대와 정치권의 요구를 회피한 부처”라며 “안행부에 개혁 업무를 맡기겠다는 것은 대통령 의지에 대한 공무원 조직의 저항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민관 TF팀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이 교수는 “청와대나 관료 집단으로부터 독립성ㆍ자율성이 보장되는 한편 민간 전문가가 대거 참여하는 TF팀이 조직개편 작업을 주도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자, 국무조정실은 “형식상으로는 안행부가 주도하지만, 부처간 협의 작업을 거치는 만큼 대통령이 주문한 조직개편의 취지가 훼손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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