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지휘 위해선 靑이 맡아야”지적 불구
재난업무 맡은 직원은 靑에 행정관 1명뿐
靑 어제도 “NSC는 국가안보에 집중해야”
박근혜 대통령이 19일 총리실 산하에 국가안전처를 두고 이를 육ㆍ해ㆍ공 재난대응의 강력한 컨트롤타워로 만드는 대책을 발표했으나, 청와대 역할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어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세월호 참사 대응 과정에서 청와대가 뒤로 빠진 채 제대로 된 역할을 못해 혼선을 가중시켰다는 지적이 적지 않은데도 이번에도 여전히 청와대 역할을 공백으로 뒀기 때문이다.
현 청와대 재난 대응, 상황파악 수준에 불과
현 청와대의 재난 대응 역할은 상황보고나 업무조율 외엔 제로 상태에 가깝다. 참여정부 때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위기관리센터가 안보위기뿐만 아니라 재난대응 컨트롤 타워까지 맡았으나, 이명박 정부에서 NSC 사무처가 폐지되면서 청와대 내에 재난대응 기능이 빠진 탓이다. 현 정부 들어 NSC 사무처(국가안보실이 겸직)가 부활되며 국방ㆍ외교ㆍ통일까지 포함하는 안보분야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게 됐지만, 재난대응에는 상황 파악 수준에 그쳐 있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재난관리 정책사항은 중앙안전관리위(국무총리)가 맡고, 대규모 재난 대응ㆍ복구 등을 총괄ㆍ조정하는 곳은 안전행정부 중앙재난대책본부가 맡도록 짜여 있다.
이런 편제 탓에 청와대에는 재난대응 업무를 맡는 비서관급 이상 직책이 없다. 국가안보실 위기관리센터에 재난 대응 담당 행정관이 고작 한 명 있고, 안행부 업무를 관장하는 정무수석실에도 해경 파견 직원이 한 명 있는 정도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재난대응 컨트롤 타워가 아니다”고 거듭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청와대 역할 부재로 혼선 가중
하지만 국가안보실의 항변이 거센 반발을 부른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청와대가 배제된 재난대응체계 자체가 잘못 됐다는 게 여론의 일반적 정서다. 안행부 중대본이 사고 첫날부터 실종자 숫자도 파악 못해 혼선을 거듭하고, 해경ㆍ해수부ㆍ안행부가 책임 떠넘기기를 하는 동안 재난 전문가 한 명 없는 청와대 역시 무력하긴 마찬가지였다. 실시간 상황을 파악하며 각 부처 업무를 조율해야 할 컨트롤타워가 제 기능을 못하면서 이번 참사에 대한 정부 대응은 최악의 부실로 치달을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규모 재난 대응은 범정부적 협업, 실시간 상황 파악, 강력한 지휘력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결국 이를 감당해야 하는 조직은 청와대 밖에 없다는 얘기다. 참여정부 시절 NSC 사무차장을 역임했던 류희인 충북대 겸임교수는 “대규모 재난 때는 군 병력 동원도 필수적인데, 컨트롤 타워를 부처 차원에서 맡게 되면 이를 지휘할 수 있겠느냐”며 “대통령 중심제 하에서는 결국 대통령이 위기 상황에서 즉각 판단을 내리고 지휘해야 하기 때문에 청와대에 이를 보좌하는 기능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2010~2011년 구제역 사태 초기 당시 행정안전부의 군 병력 동원 요청을 국방부가 거절하는 바람에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가안전처 몸통 역할 맡되, 청와대가 기능 보완돼야
청와대는 그러나 20일에도 “국가안보실이 국방 외교 통일 업무 외에 재난 업무까지 담당하면 긴급하고 중대한 의사결정에 집중력과 효율성이 저하되는 등 시너지 효과가 미흡하며 청와대 조직의 비대화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현 안보상황을 감안할 때 NSC는 국가안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국가안전처를 대통령 직속 기구로 설치할 경우 정권교체에 따라 정치적 바람을 탈 우려가 있어 내각 팀장 격인 총리 산하에 두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란 주장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가 재난대응 관리의 정치적 책임을 피하기 위해 거듭 ‘컨트롤타워 기능’을 회피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온다. 재난 안전을 일상적으로 관리ㆍ대응하는 조직인 국가안전처를 총리실에 두더라도, 재난 위기 상황을 지휘할 청와대 기능이 필요하다는 점이 이번 참사에서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청와대 일각에서도 “청와대 내에 재난 담당자가 없는 건 확실히 문제이며, 이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안보실이 아니더라도 별도의 재난대응비서관 등의 신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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