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하청업체 근로자들의 산업재해가 적잖이 은폐된 것으로 드러났다. 금속노조 현대중 사내 하청지회는 어제 울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재 은폐 실태조사 결과, 86건의 의심사례를 새로 찾아내 당국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지난해 적발한 105건의 의심 사례 가운데 17건은 고용노동부가 산재로 판정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최근 두 달 사이에 현대중공업과 계열사인 현대삼호중공업ㆍ현대미포조선 등에서는 하청업체 직원 8명이 작업 중 잇따라 숨졌다. 세계 최대 조선업체에서 이런 원시적 사고가 빈발하고, 더욱이 은폐되기까지 했다니 이만저만 개탄스럽지 않다.
각종 산재나 안전사고에는 인명보다는 수익성을 앞세우는 풍토가 똬리를 틀고 있다. 원가절감에 나선 대기업들이 위험한 작업을 외주로 주고, 하청업체는 저가수주라도 마다할 형편이 아니다 보니 근로자들만 안전사고 위험에 내몰리고 있다. 특히 조선소의 경우 용접 절단 등 고공 작업이 많아 사고 위험이 더하다. 하청업체는 안전사고가 나도 재계약 취소 등 불이익이 두려워 산재를 은폐하려 한다.
잦은 산재는 현대중공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는 2012년 9월부터 올 1월까지 9건의 안전사고가 발생해 13명이 숨졌다. 삼성그룹 계열사에서도 지난해 불산 누출, 물탱크 폭발에 이어 협력업체 직원이 이산화탄소 가스에 질식돼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관련 담화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큰 피해를 입힌 범죄자의 처벌강화와 재산환수를 위한 형법 개정 방침을 밝혔다. 또 “그런 기업은 문을 닫게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각론에 대해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원칙적으로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대기업은 하청업체 안전사고 등 각종 산재를 줄이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 처벌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산업현장을 안전하게 만드는 일이 기업의 가장 중요한 사회적 책임이라는 인식 전환이 불가피하다. 기존의 그릇된 관행을 바로잡지 않는 기업, 돈을 아끼려고 생명을 가벼이 여기는 기업은 더 이상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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