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는 20일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서울에 살고 싶지 않다는 시민이 절반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잠자는 서울을 깨워서 살고 싶은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후보의 캠페인 스타일이 달라졌다. 당내 후보 경선 과정에선 후발 주자들의 공격을 점잖게 방어하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본선에 들어와서는 현직 서울시장인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를 날카롭게 공격하고 있다. 정 후보는 비전 제시와 박 후보 공격의 투트랙 전략을 폈다. “장사가 잘 되도록 서울시장이 서비스 정신을 발휘하고 민자 중심으로 50조원을 투자해 60만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언급은 비전 제시의 대표적 사례이다. 한편으로 그는 “무능하고 위험한 세력에게 서울시를 계속 맡겨선 안 된다”면서 박 후보를 겨냥해 계속 포문을 열었다. 그는 “시장 임기를 채우겠다”면서 차기 대선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지난주에 박 후보와 인터뷰를 가진 데 이어 이번에 정 후보를 만났다.
인터뷰= 김광덕 선임기자
-세월호 침몰 참사 전에는 정몽준 후보와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지율에서 접전을 벌였는데, 최근 여론조사에선 정 후보가 박 시장에게 상당한 차이로 밀리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충격 속에서 슬픔과 분노, 무기력감을 느끼고 있는 국민들은 참사의 책임이 행정부와 여당에 있다고 보고 있다. 앞으로 행정부와 여당이 잘해야 된다. 누구보다 부정부패 유혹에서 자유로운 내가 서울시장이 되면 잘 풀어갈 수 있을 것이다. ”
-선거가 보름 정도밖에 남지 않았는데, 역전이 가능하겠는가.
“선거에서 보름은 길고 충분한 시간이다. 남은 기간에 많은 일들이 있을 것이므로 잘 될 수 있다. 박원순 후보는 스스로 ‘아무 것도 안 한 시장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나는 누가 봐도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니까 시민들이 현명하게 선택해 줄 것이다. ”
-세월호 유가족이 ‘국민이 미개하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린 정 후보 아들을 고소했고, 정 후보 부인은 당내 경선 과정에서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됐는데.
“아들은 아직 대학생이 안 됐는데, 우리 아이의 철 없는 짓으로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다시 사과 드린다. 집사람 고발에 관해서는 선거 관련 규정이 좀 그렇다. 당원들 모임에서 정몽준을 거명하지 않고 경쟁력 있는 후보를 지원해 달라고 했다고 한다. 고발 당했으니 성실하게 조사받아야 한다. 하지만 집사람이 돈봉투라도 돌린 줄 잘못 아는 사람들이 있다. 선관위에 물어보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해석도 해 줬다.”
-새누리당 경선에서 김황식ㆍ이혜훈 후보를 큰 차이로 누르고 압승을 거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두 분 모두 훌륭하지만 내가 본선에서 더 경쟁력을 갖고 잘할 수 있다고 본 것 같다.”
-경선 과정에서 친박계 다수는 김황식 전 총리를 지원했는데, 정 후보가 본선에서 친박계의 지원을 충분히 받을 수 있겠는가.
“친박계가 김 전 총리를 지원했다고 보지 않는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지면 6월4일 이전과 이후가 다른 세상이 될 것이므로 새누리당은 서울에서 꼭 이겨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
-경쟁 후보인 박 시장과 비교할 때 가장 큰 차이점은 뭐라고 생각하는가.
“내가 시장 후보 수락 연설에서 ‘무능하고 위험한 세력에게 시장직을 계속 맡겨선 안 된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시장으로서는 무능하고, 개인적으로는 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너무 정치적인 비판 아닌가. 박 후보 측은‘철 지난 색깔론’이라고 지적한다.
“무능한 점은 너무 많다. 우선 용어가 정리돼 있지 않다. 박 후보는‘건설의 시대는 갔고 건축의 시대가 왔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이게 말이 되는가. 건설은 건축을 포함하는 것이다. 박 후보는 토건 사업을 하지 않겠다면서도 SOC(사회간접자본)는 해야 된다고 했다. SOC는 도로 철도 가스 통신 등을 포함하는데, 이들 대부분이 건설, 토목이다. 또 시장 선거에 웬 색깔론이냐고 하는데,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서울시장을 하려는 사람이 올바른 생각을 가져야 한다. 박 후보는 시장으로 재직하면서 북한 인권단체의 지원 요청을 받아주지 않으면서 ‘정파성 있는 데는 지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댔다. 그런데 민노총과 협동조합, 마을공동체에는 많은 지원을 했다. 정파성이 민노총에는 없고, 북한 인권단체에는 있다는 주장에 누가 동의하겠는가.”
-정 후보는 슬로건에서‘잠자는 서울을 깨우겠다’고 했는데, 무슨 의미인가.
“박 후보 스타일로 민간기업을 경영했다면 수백 번 부도가 났을 것이다. 9,000억 원이 들어가는 경전철 시범 사업의 경우도 본래 금년 말 완공 예정이었는데, 공기가 2년 반 내지 3년 정도 늦어졌다. 세빛둥둥섬이나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사업도 2년 반 늦어졌다. 23개 간선도로 공사 가운데 80% 가량이 1년 이상 늦어지고 있다. 그리고 임기 중 임대아파트 8만호 공급 공약을 이행했다고 말하는데 이것은 말장난이다. 과거에는 공기가 70~80% 지나면 공급한 것으로 규정했는데, 박 시장 재임 중에는 공급 기준을 인가 시점으로 바꿨다고 한다.”
-서울을 살고 싶은 도시로 만들기 위한 정 후보의 구상은 어떤 것인가.
“소비자물가상승률과 실업률을 합친 서울시의 고통지수(misery index)는 국내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정체된 서울이 활력을 찾기 위해서는 우선 인구가 늘어나야 한다. 서울 인구가 1,000만 명 이하로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에 와서 장사하면 서울시장이 잘 봐 주고 서비스한다, 들볶지 않고 적극 후원한다는 얘기가 나와야 한다. 많은 기업을 적극 유치하려고 한다.”
-기업 유치를 위해 어떤 일을 할 것인가.
“규제 완화도 한 방법이다. 서울시는 조례를 통해 용적률을 사례별로 각각 50%씩 줄였다. 법이 정한 대로 해줘야지 왜 더 줄이느냐. 경제는 심리라고 했다. 요즘 기업과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이 ‘중앙정부와 서울시가 장사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너무 모른다’고 생각한다. 서울에 있는 100여 개의 유휴부지 가운데 30곳에 사업신청서가 제출돼 있지만 서울시는 3개만 허가했다. 좋은 투자를 많이 하도록 해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내가 시장이 되면 15곳 정도의 사업을 적극 추진하겠다.”
-정 후보는 용산 국제업무지구 사업 재추진을 공약했는데, 박 시장은 ‘6개월 전 파산한 개발 사업을 또다시 하겠다는 걸 시민들이 용납하겠느냐’면서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내가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더니 박 후보는 ‘철 지난 레코드를 튼다, 시대착오적이다, 소송 진행 중인데 되겠느냐’ 등의 인격 모욕적 발언을 했다. 용산 사업 좌초에는 박 후보 자신의 책임이 크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사업 지구를 너무 넓혔는데, 박 후보가 취임한 뒤 부정적 발언을 계속하니 좌초된 것이다. 사업이 되겠느냐고 하는 건 남의 일 보듯이 말하는 것이다. 할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고 말해야 한다. 용산 사업은 서울 발전에 필요하므로 단계적으로 추진하면 된다. 단군 이래 최대 사업이라는데 이 정도의 우여곡절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박 시장은 ‘시민들은 대규모 토건 사업보다는 안전과 삶의 질에 더 관심을 갖는다’면서 정 후보를 비판했는데.
“말장난이다. 50년 전에 쓰던 ‘토건’이란 단어에 ‘거대’란 말까지 붙이면 당연히 안 좋은 말이 된다. 선거에 출마하는 사람 중에 삶의 질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박 후보는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그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했고, 제주 해군기지와 평택 기지가 미국의 침략전쟁 기지라고 주장하는 문서에 서명했다.”
-최근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 추돌 사고로 249명이 부상했는데, 박 시장은 ‘시장의 책임도 있다’면서 사과했다.
“선거철을 맞아 그렇게 얘기하는 게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박 시장은 지난해 삼성동 아이파크 헬기 충돌 사고로 두 사람이 사망했을 때 ‘더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은 게 불행 중 다행’이라면서 서울시 관할은 아니라고 말했다. 사람이 죽었는데 공직자의 이런 발언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는가.”
-‘안전한 서울’을 위해 가장 신경 써야 할 분야는 무엇인가.
“북한이 함부로 못하겠지만 툭하면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주장하는 것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만일 북한이 하늘에서 터뜨리는 EMP(전자기 충격) 폭탄 공격을 하면 컴퓨터 통신이 모두 마비된다. 서울에서 내진 설계를 해야 할 건물 중 하지 않은 게 80%에 이르므로 이런 점에도 신경 써야 한다. 지하철이 안전하게 건설되었는지도 점검해야 한다.”
-정 후보가 박 시장 측에 서울 지하철의 공기 질을 공동 조사하자고 제안한 이유는.
“미세먼지 법정 기준치를 지키라는 강제 규정과 이를 어길 경우 처벌 조항이 있다. 지하철 1,2,3호선을 2시간 가량 타봤는데, 눈이 너무 따끔따끔했다. 한 학회는 1급 발암물질인 초미세 먼지가 지하철에 너무 많다고 발표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최근 지하철 1~4호선 역사의 환기 시설을 이전에 비해 4시간 더 가동하라는 구두 지시가 내려졌다고 한다. 이런 지시를 내린 공무원에 대해서는 선거중립 의무를 위반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
-박 시장이 ‘조용하고 비용이 적게 드는 선거운동’을 제안했는데.
“박 후보는 ‘네거티브 캠페인을 하지 말자’고 했는데, 자신이 3년 전에 하지 않았는가. 당시 새누리당 나경원 후보의 ‘1억원 피부과 치료’는 사실과 다른데, 박 후보 측 대변인이 그런 주장을 해서 나 후보가 큰 타격을 받았다. 박 후보가 먼저 사과해야 한다.”
-야권은 정 후보와 박 시장의 대결을 ‘재벌과 서민 구도’로 몰고 가려 할 텐데.
“박 후보는 3년 전에 안철수 바람으로 서울시장이 됐다. 안철수 새정치연합 공동대표는 부자이고 재벌급이다. 자기 도와주는 사람이 재벌인 것은 괜찮고 자기와 경쟁하는 사람이 재벌인 건 안 되느냐.”
-서울시장 선거에서 당선되면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부상할 텐데.
“서울시장이 되면 할 일이 참 많다. 할 일이 많기 때문에 4년 임기도 빨리 갈 것으로 생각한다. 주중에는 열심히 일하고 주말에는 등산, 축구, 배드민턴도 하면서 지내겠다.”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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